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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스티븐 비건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 광화문의 닭한마리 식당을 방문한 모습. [연합] |
한국인들의 닭고기 사랑은 남다릅니다. 국민 절반은 닭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을 정도죠. 지난해 성인 남녀가 1인당 일년에 먹었던 닭고기는 16.5㎏. 2020년보다 0.74㎏ 늘었습니다. 4년 전보다 닭 한마리를 더 먹는 셈입니다. 배달 치킨 수요가 늘었나 싶지만 그건 아닙니다. 닭고기의 가정 내 배달 소비량은 2020년 3.29㎏에서 올해 3.10㎏으로 약간 줄었습니다.
반면, 가정 내 간편식 소비량은 2020년 1.91㎏에서 올해 2.19㎏으로 증가했습니다. 치킨뿐 아니라 삼계탕, 로제 찜닭, 마라닭볶음탕 등 밀키트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닭 요리가 화려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사람, 심지어 서울 사람들도 잘 모르는 로컬 요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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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사대문 안에서 시작된 ‘닭한마리’입니다. 지방 사람을 비롯해 서울 원도심에 사는 사람들도 닭 한 마리를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오히려 명동 등 서울 도심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2019년 미국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닭한마리를 먹었다는 뉴스를 보고 “그때 닭한마리를 처음 알았다”는 한국인들도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의 닭한마리 사랑은 남다릅니다. 다른 한국음식과 달리 맵지도 않은 데다가 세계 어디나에 있는 닭 국물 요리와 맛이 비슷하니 친숙한가 봅니다. 실제로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만 해도 2019년 2월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를 시작으로 5월, 8월, 12월 방한 일정 때마다 닭한마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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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과 서울 종로구 ‘닭한마리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
이듬해 5월에는 ‘어머니의 날’을 맞아 미국에서 아내에게 닭한마리를 직접 끓여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20년 7월, 코로나19 검사로 밤 10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향한 곳은 닭한마리 식당이었습니다. 그해 12월 현직으로서는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았던 고별 방한 일정 때 식당을 통째로 빌려 만찬을 즐겼습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2년간 7번입니다. 이제는 기사에 보도될 때 그의 이름 앞에 ‘닭 한 마리’ 스티븐 비건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습니다. 폴란드계인 비건 전 부장관은 이 식당의 닭한마리 요리가 할머니가 해준 치킨 수프와 비슷해 좋아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퇴근 후 부엌에서는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사랑받는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과 요리법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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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뱅크] |
닭한마리를 주문하면 닭 한 마리와 맑은 육수, 파와 감자, 떡사리가 큰 양푼에 담겨 나옵니다. 칼국수 사리도 필수입니다. 닭 속에 인삼, 대추, 찹쌀 등이 들어가는 백숙과는 다르죠. 국물 맛도, 먹는 방법도 삼계탕과는 딴판입니다. 삼계탕은 걸쭉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라면 닭한마리 국물은 삼삼하고 맑습니다. 칼칼한 맛을 원할 때는 같이 나온 김치를 국물에 넣고 끓여먹기도 합니다.
또 닭한마리는 살코기를 소금장에 찍어먹는 대신 간장과 겨자, 식초와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습니다. 소스가 닭의 느끼함을 잡아줍니다.
재료도 간단해 백숙보다 만들기 쉽습니다. 양파, 파, 후추 등 집에 있는 기본 식재료로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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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닭볶음탕용 닭고기, 양파 1/2, 파 2단, 감자 2개, 통후추. 다진마늘 2T, 통마늘 4알(생략 가능)
양념장 재료: 다진마늘 1T, 진간장 2T, 식초 2T, 고춧가루 1T, 알룰로스(또는 설탕) 1t
1. 냄비에 물 1.5ℓ를 넣고 생닭, 후추, 파 흰 부분을 넣고 끓입니다.
2. 물이 끓기 전 감자와 양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냄비에 넣습니다. 다진 마늘 2T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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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약 15분 가량 끓으면 냄비 위에 떠오르는 거품과 후추, 닭기름을 건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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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간장, 식초, 고춧가루, 알룰로스를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부추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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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앞두고 가족들과 함께 닭한마리를 해먹었습니다. 30년 가까이 서울에 사신 부모님도 닭한마리를 처음 들어 봤다고 합니다. 재밌게도 닭한마리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에게 더 유명한가봅니다. 일본에서도 ‘지도리(토종닭) 나베’, ‘미즈타키(닭전골요리)’라는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다가 다른 한국 음식과 달리 맵지 않아 인기가 많습니다. 또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까지 진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유일한 닭한마리 음식점으로 치킨 등 한국의 닭요리와 함께 닭한마리를 판매중이라고 합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