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복수초 빨리 폈다고? 좋아할 일 아냐”…‘WWF 판다토크’ 가보니 [식탐]
라이프| 2024-07-17 16:51
서울 홍릉숲에 핀 복수초 [산림과학원 제공]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쌈밥과 초밥에 곁들여진 잡채, 샐러드, 그리고 컵케이크까지. 모두 식물성으로 만든 비건(vegan·완전채식) 도시락이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WWF 2024 판다토크(Panda Talks)’는 비건 웰컴푸드(환영음식)로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자연보전기구다. 이번 행사는 WWF 코리아의 1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다. 이마트, 엘지생활건강 등 WWF 협력사와 일반 후원자로 구성된 2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을 가장 먼저 반긴 비건 도시락은 한식 요리사 명현지 셰프가 ‘미래를 위한 웰컴푸드’라는 주제로 만든 메뉴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미래 푸드의 가치가 담겨 있었다.

명현지 셰프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식재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퓨처푸드(Future Food) 52’로 선정된 식재료를 최대한 이용했다”고 말했다. ‘퓨처푸드 52’는 WWF가 이마트,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하는 프로젝트다. 영양소가 풍부하면서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선정한다.

‘WWF 2024 판다토크’에서 선보인 비건 도시락. 육성연 기자

도시락 쌈밥에는 강낭콩밥과 함께 된장, 들깻가루로 양념한 시래기가 들어갔다. 호박씨를 넣은 고소한 쌈장도 곁들여졌다. 컵케이크엔 하얀 순두부가 크림처럼 얹혔다.

행사장에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올해 1월,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福壽草)의 개화 소식이 전해졌다”며 “빨리 핀 노란 꽃이 반가울 수도 있지만, 환경 측면에선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빨라지는 개화 시기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정수종 교수는 “빨리 개화한 복수초가 벌을 기다릴 때 아직 벌은 월동 중”이라며 “정작 벌이 나왔을 땐 이미 꽃이 없어져 벌의 생존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복수초의 개화 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서울 홍릉숲 내 복수초의 평균 개화일은 1월 24일로, 20년 전보다 한 달 이상 빨라졌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WWF 코리아 제공]

정 교수는 “복수초처럼 밀원식물(벌에게 꿀과 꽃가루 등 먹이를 주는 식물)과 벌 사이에 시간이 불일치되면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결국 생태계는 기능을 잃게 된다”고 경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꿀벌이 점차 사라지면 우리 먹거리에 위기가 닥친다. 또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식물의 감소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더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에너지연구소(EI)의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 2000년보다 50% 증가했다.

박민혜 WWF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속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점점 빨라지는 기후변화 속도로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나 혼자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으로 쉽게 그만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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