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김범수 리스크’ 드리운 카카오금융…뱅크보다 페이가 더 위험
뉴스종합| 2024-07-24 10:09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홍승희 기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금융계열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앞날도 위기에 빠졌다. 다만 김범수 위원장의 판결, 그리고 카카오의 법인 실형 여부에 따라 두 계열사의 운명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은행법, 카카오페이 및 계열사는 전자금융거래법·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각각 대주주 적격 심사를 달리 작용받기 때문이다. 양사의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김범수 구속에 긴장하는 카카오금융…실형시 카카오페이손보·증권 타격 예상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23일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범수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적용했고, 김범수 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보고 받은 뒤 지시 혹은 묵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계는 당장 김범수 위원장과 카카오법인이 동일시 되진 않는 만큼,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지배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 다만 지배구조의 정점에 김범수 위원장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금융계열사의 신사업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지분 27.16%를 보유한 카카오고, 카카오페이 역시 카카오가 지분 46.44%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13.27%(특수관계인 포함 시 24.03%)를 보유한 김범수 위원장이다.

'SM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연합]

김범수 위원장이 최종적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카카오페이는 당장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이나 보험회사, 신용카드 회사 등은 지배구조에 있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회사의 대주주(카카오)가 아닌 대주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최대주주(김범수 위원장)로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내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증권이 ‘김범수 리스크’ 영향을 더 세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 핵심 계열사가 당장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카카오페이 실적에도 치명타가 갈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 본체의 경우에도 이미 지난해부터 김범수 위원장의 사법리스크 영향을 받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에 나섰지만, 대주주 카카오에 대한 시버트 측의 우려로 무산됐다. 당시 시버트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거래 종결에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면서 “한국 금융당국이 모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사실상 대주주의 사법리스크로 보고 있다.

은행법 적용받는 카카오뱅크, 카카오 ‘법인 실형’ 경우에만 대주주 심사 받을 듯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만으론 지배구조가 흔들릴 영향이 거의 없다.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을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적격 심사를 받게 된다”며 “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 심사는 지분을 가진 자에 대해서만 포섭해서 심사를 받고, 은행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심사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단, 자본시장법상 양벌 규정(기업 임직원이 법 위반시 법인도 처벌하는 규정)에 의해 카카오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 이상의 형량이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시 금융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대주주의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출 것을 명할 수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 매도가 불가피해진다는 뜻이다. 이른바 ‘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가 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 법인까지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에 대주주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구속으로 인한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분 처분 명령을 받게 되더라도, 행정소송 제기 등 카카오뱅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5년 이상의 긴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 외에도 금융당국이 양사의 각종 신사업 진출 인허가 심사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실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개시될 당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있던 일부 금융회사는 이 부분이 해결될 때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역점 사업 중에는 ‘신용카드 비교 서비스’ 등 각종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들이 있는데, 각 법에 따라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 시 당장 마이데이터 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형의 규모나 범위에 따라 금융당국의 해석 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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