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25년 反美' 한때 세계 10위 경제대국, 베네수엘라 28일 대선 실시
뉴스종합| 2024-07-28 08:32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곤살레스 우루티아(오른쪽) 후보[로이터·AFP]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사회주의 이념과 자주 민족주의를 앞세우며 반미(反美) 성향을 20년 넘게 견지한 베네수엘라에서 내년부터 6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오는 28일(현지시간) 열린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 전체에서 독립운동 영웅으로 추앙받는 시몬 볼리바르의 모국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보유한 한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명성과 달리 극심한 경제난과 사회 불안 속에 부침을 겪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10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진표는 일찌감치 현직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의 3선 도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반(反) 마두로' 전선 대결 양상으로 꾸려졌다.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계 최고 거물이었던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후광을 업고 2013년부터 집권하고 있다. 그는 '차비스모'(Chavismo)를 기반으로 미국의 광범위한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유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이웃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차비스모는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를 통칭한다.

반면, 민주야권 측은 차베스 전 대통령으로부터 25년간 이어져 온 정권을 이번에야말로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피선거권 박탈(15년) 결정을 받은 민주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를 대신해 선거판에 뛰어든 외교관 출신 중도우파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는 '변화와 통합'을 기치를 내걸었다.

서방 언론으로부터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마차도는 유세 과정에서 대선 후보인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보좌하면서도 스스로 인기몰이를 하며 "일단 마두로 정권을 끝장내자"는 전열을 불태웠다. 그의 연설 모습은 민주야권 유세 소식을 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시로 동영상으로 게시되기도 했다.

주요 국제 뉴스 통신사와 미국 일간지들은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베네수엘라 친(親)여권 매체는 마두로 압승 추이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에 주로 인용했다.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와 브라질, 칠레 등 국제사회는 선거 불복 우려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평화로운 선거 이행'을 베네수엘라 당국에 주문하고 있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이 "내가 패배하면 나라는 피바다가 되고 내전에 휘말릴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긴장하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접경 지역 안보 태세를 강화한 상태라고 G1과 엘티엠포 등 각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앞서 선거를 이틀 앞두고는 투표함이 기습적으로 새벽에 설치되거나 선거 참관을 위해 카라카스로 가려던 중남미 전직 대통령단의 입국이 난항을 겪는 등 불공정 선거 야기 논란에 불을 지필 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대선 과정 전반을 지켜보면서 대(對)베네수엘라 제재 수위를 조절할 준비가 돼 있다"고 시사한 상태다.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전체 선거 행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개표 결과는 이르면 오후 11시(한국시간 29일 정오) 전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 한쪽이 별다른 '증거' 없이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검표 등을 이유로 득표수 공개가 다소 미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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