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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털 다 뽑힌다” 끔찍한 ‘광경’…배드민턴 셔틀콕 알고보니 [지구, 뭐래?]
뉴스종합| 2024-07-30 15:50
[PETA 홈페이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속도가 달라요. 때리는 맛이, 천연 깃털을 따라올 수가 없어요.”

올림픽 하면 떠오는 종목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배드민턴. 배드민턴은 대표적인 생활 체육 종목이다. 세계적 수준의 국가대표부터 지역 동호회까지, 국내 배트민턴 인구만 4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사용하는 셔틀콕. 외관을 보면 당연한 듯 싶지만, 이 셔틀콕은 거위의 깃털로 만든다. 최고급 셔틀콕을 하나 만드는 데엔 거위 4마리가 필요할 정도다. 배드민턴이 태생적으로 ‘귀족 스포츠’로 분류됐던 이유다.

왜, 언제까지, 굳이 천연 깃털로 셔틀콕을 써야 할까. 속도가 덜 나온다는 이유로, 혹은 때리는 맛이 덜하다는 이유로, 인조 셔틀콕은 외면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나마 요즘은 낫다. 예전엔 살아있는 거위에서 깃털을 뽑아냈다. 살아 있을 때 깃털을 뽑아야만 깃털 탄력도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학대 논란이 일자 그나마 변한 게 죽은 거위의 깃털을 사용하는 것.

셔틀콕 하나당 깃털 수는 16개. 최고급 부위의 깃털은 거위 1마리당 4개가량 나온다. 즉, 셔틀콕 하나에 거위 4마리가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배드민턴은 원래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였다. 초창기엔 귀족들이 실크모자 등을 착용하고서 배드민턴을 즐겼다.

[PETA 홈페이지 캡쳐]

거위 입장에선 깃털은 축복이 아닌 재앙이다. 비단 셔틀콕뿐 아니다. 의류, 이불 등으로도 거위는 일평생 끊임없이 ‘뜯긴다’. 도축하는 과정에서 깃털을 뽑기도 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동안에도 반복적으로 뽑힌다.

[PETA 홈페이지 캡쳐]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깃털 뽑을 때 일반적으로 목이나 날개를 잡고 올린 채 다리는 묶고, 깃털을 바로 피부에서 뽑아낸다.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피부가 찢기기 일쑤이고, 그럼 별다른 치료제 없이 바늘과 실로 상처를 꿰맨다.

태어난 지 10주가량 되면 깃털을 뽑기 시작, 이후엔 6주 간격으로 이를 반복한다. 도살되기 전까지, 이는 계속 반복된다.

셔틀콕에서 거위 깃털을 쓰지 말자는 문제제기는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점차 동물권이 중시되면서 이대로 변화가 없다면 언젠가 국제 스포츠에서 배드민턴이 제외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불거졌다.

[PETA 홈페이지 캡쳐]

실제 세계배드민턴연맹(BWF)도 인조 깃털 셔틀콕을 인정한 상태다. 즉, 모든 등급의 국제대회에서 인조 깃털 셔틀콕을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 BWF 측은 지난 2020년 이와 관련, “배드민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연 깃털 사용을 줄이고 인조 깃털 셔틀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인된 인조 깃털 셔틀콕은 세계적인 배드민턴용품 제조사 요넥스가 개발한 제품이다. BWF 측은 “인조 깃털 셔틀콕이 배드민턴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며, 배드민턴 커뮤니티의 선수들과 관계자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에 발표한 내용이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대세는 인조 깃털 셔틀콕이 아니다. 여전히 전문가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천연 깃털 셔틀콕이 인기다. 대체적인 이유로는 “속도와 정교한 콘트롤, 타구감 등에서 천연 깃털 제품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 뿐 아니라 일반 동호회에서도 거위 깃털 셔틀콕만 허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아예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만 쓸 수 있도록 규정하는 식이다.

최근엔 천연 깃털 셔틀콕에 경제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거위 깃털의 상당수는 인도나 중국 등에서 생산된다. 최근 중국의 오리나 거위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세계적으로 천연 깃털 셔틀콕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조류독감이 세계적으로 퍼졌을 때에도 셔틀콕 가격이 2~3배 폭등한 바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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