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용-편익 분석은 환경 규제에 도움이 될까?” [로버트 스타빈스 - HIC]
뉴스종합| 2024-08-05 13:53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용-편익 분석은 환경 규제에 도움이 될까?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 변화를 비롯한 기타 환경, 자원, 에너지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 및 규제를 고려 중인 만큼, 바로 지금이 많은 국가에서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정치적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환경 정책에 관한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들을 살펴볼 좋은 시기라고 생각된다.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경제적인 분석, 특히 제안된 정책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분석이 공공 정책을 수립, 채택, 시행하는 데 정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공공 정책의 더 중요한 측면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데 지나지 않는지 그것도 아니면 최악의 경우 환경, 자원, 에너지 영역에서 건전한 정책을 개발, 평가, 시행하는 데 있어 역효과 또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지에 관한 것이다. 비용 편익 분석의 효용성에 대해 묻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수년 동안 환경 규제 개발 및 평가에 있어 경제적 분석에 대한 의존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편익과 비용의 차로 측정되는 경제적 효율성이 규제 제안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가 규제에 지출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투자 사이의 이해득실(trade-off)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제적 분석은 어떻게 하면 희소한 자원을 최대의 사회적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는 경제적 분석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나비에 있는 캐나다 정부 소유 송유관 확장 공사의 모습 [로이터]

또한 원칙적으로 편익-비용 분석은 어느 정도의 규제가 충분한 규제인지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규제에 드는 증분 비용이 규제로 인한 증분 편익을 상쇄하는 시점까지 규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로 한계 편익 및 한계 비용 측정이 갖는 본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게다가 분배 형평성과 공정성 및 절차에 대한 우려들도 매우 중요한 경제적, 비경제적 요소일 수 있다. 총 편익이 총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규제 정책에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 평가에 비용-편익 분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서로 상충되는 신호들을 보내왔다. 미국의 경우, 사실 상 다른 법령들이 비용-편익 분석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보건, 안전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규제의 개발에 대해서는 편익과 비용을 고려하는 것을 사실상 배제하는 여러 법령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카터, 레이건, 부시, 클린턴,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주요 환경, 보건, 안전 관련 규제의 경제적 영향을 검토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했다. 규제를 설계하고 시행하는 책임이 있는 행정부는 입법부인 의회보다 규제 제안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에 대한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에는 비용-편익 분석이 계속해서 그 척도로 선택돼 왔다.

25년도 더 전에 다양한 정치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사이언스지(紙)에 정부의 비용-편익 분석 사용이 더 나은 환경, 보건, 안전 관련 법과 규제로 이어지는가를 다루는 글을 기고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이 다양한 경제학자 중에는 필자와 함께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 모린 크로퍼(Maureen Cropper), 조지 이즈(George Eads), 로버트 한(Robert Hahn), 레스터 레이브(Lester Lave), 로저 놀(Roger Noll), 폴 포트니(Paul Portney), 밀턴 러셀(Milton Russell), 리처드 스말렌시(Richard Schmalensee), 케리 스미스(Kerry Smith) 가 포함돼 있었다. 이 기고문과 이 기고문이 밝혀낸 사실들은 특히나 지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의적절하다.

이 기고문에서 우리는 비용-편익 분석이 규제 관련 의사 결정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잠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제안하긴 했지만, 이것이 의사 결정의 유일한 토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8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미국 캘리포이나주 아구라힐스의 101번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도로가 건설되는 현장의 지난 5월 13일 모습이다. 산타모니카 산맥과 시에라 마드레 산맥의 보호지역을 연결하는 이 도로는 2026년 완공될 예정이며 야생동물에 안전한 통로를 제공하게 된다.

첫째, 비용-편익 분석은 제안된 정책 변경의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식별하고 또 가능한 경우 정량화함으로써 의사 결정자들이 그 결정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편익-비용 분석만을 통해 이 의사결정의 편익이 비용보다 클 것인지 작을 것인지 결론을 내리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경우들도 존재한다.

둘째, 의사 결정자들은 규제 개발 시 여러 정책의 경제적 비용과 편익에 대한 고려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편익 대 비용을 견줘 보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없앤다면 더 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인 규제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규제와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릴 땐 비용-편익 분석이 항상 요구돼야 하고, 분석의 규모는 관련된 이해관계와 분석 결과가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 기관들은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해 비용-편익 분석을 수행하고 또 기대되는 편익이 예상되는 비용보다 상당히 적다고 보여주는 믿을 만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특정 조치들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는지 설명하도록 요구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엄격한 비용-편익 분석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 경제적인 총 편익과 총 비용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분배 형평성, 공정성 및 절차에 대한 우려가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다섯째, 제안된 정책의 편익과 비용은 가능한 한 정량화돼야 한다. 그러나 모든 영향을 금전적으로 환산하는 것은 물론 정량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 결정에서 정량적인 요인들이 중요한 정성적인 요인들을 지배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 기관이 의사 결정에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을 도입하고 싶다면 반드시 명시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여섯째, 규제 분석은 외부 검토를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후향적 평가도 정기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그 어떤 한 명의 분석가나 하나의 기관도 지혜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는 못하기에 비판적인 검토는 백익무해하다.

일곱째, 편익과 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여러가지 분석 전반에 걸쳐 일관된 경제적 가정이 사용돼야 한다. 주요 변수로는 사회적 할인율, 조기 사망 및 사고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의 가치, 기타 보건적 개선과 관련된 가치 등이 있을 것이다.

여덟째, 비용-편익 분석은 주로 편익과 비용 간의 전반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좋은 분석은 중요한 하위인구집단에 대한 분배적 영향 또한 식별해낼 것이다.

이 8가지 원칙을 통해 우리는 편익-비용 분석이 자연 환경, 보건, 안전의 보호 및 개선과 관련된 입법 또는 규제 정책에 대한 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식적인 비용-편익 분석이 합리적인 공공 정책 설계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으로 간주돼선 안 되지만, 이는 이질적인 정보를 일관되게 정리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절차 및 정책 분석의 결과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제대로 수행된다면 비용-편익 분석은 환경, 자원, 에너지 규제 개발에 참여하는 기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기관의 의사 결정을 평가하고 새로운 법률의 형태를 잡는 데도 유용할 수 있다.

.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was published on Herald biz website. Please visit 'Herald Insight Collection' and read more articles.

헤럴드경제 홈페이지의 상단 '해외 석학 칼럼'에서 확인하세요.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