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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마스크 수출금지로 25억 손해…법원 “정부 보상 책임 없다”
뉴스종합| 2024-08-12 07:00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수출 금지로 약 27억원의 손해를 본 판매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정부의 조치가 보상금을 지급할 만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최근 마스크 수출업자 A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12월 홍콩의 한 회사에 마스크 500만개를 450만 달러(한화 약 52억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2월 국내 마스크 회사로부터 500만개를 25억원에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공급 계약 체결 직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정조치’를 시행하면서 수출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수출 계약은 취소됐다. 해당 조치는 마스크 해외 수출을 마스크 생산업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2020년 3월에는 해외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A사는 해당 조치로 손해를 입었으니 정부가 5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마스크 수출 계약 성사 시 받을 수 있는 대금(50억원)에서 실제 마스크를 구매한 대금(25억원)을 뺀 25억원을 손실로 계산했다.

A사측은 헌법 23조 3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의 수용·사용 제한될 경우 법률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토지보상법이 대표적이다. 택지 조성, 도서관 설립 등 공익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개인 사유지를 국가가 취득할 경우 손실을 보상해 주는 경우다. 땅 주인이 국가 정책으로 토지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판부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마스크 수출금지는 헌법 제23조 3항에 따른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마스크 수출 금지의 경우 공공복리를 위해 수출업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례라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마스크 등 물품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국민생활의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법률에 따른 사회적 제약’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제23조 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공공복리를 위해서라면 재산권에 일부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는 구(舊) 물가안정법 6조 긴급수급조정조치를 근거로 한다. 물품 공급 부족으로 국민생활 안정을 해칠 경우 공급 및 출고, 수출입 조절 등을 지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또 “헌법 제23조 제3항은 국가가 공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적 권리를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에 관한 조항”이라며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다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가 재산권의 박탈·제한에 이르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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