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임대료 못내면 어쩌나”…‘위시’ 전 운영사도 ‘큐텐 리스크’
뉴스종합| 2024-08-21 09:52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리스크가 큐텐(Qoo10)그룹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큐텐이 인수한 미국계 이커머스 위시(Wish)의 전 운영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전 운영사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 Inc.)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티메프발 큐텐 그룹의 리스크를 언급했다.

큐텐은 지난 2월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던 쇼핑 플랫폼 위시의 자산과 부채 등을 현금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위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 플랫폼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소비자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콘텍스트로직은 매각 이후 사실상 위시와 관련이 없는 회사가 됐다. 하지만 위시 본사의 임대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현재 위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One Sansome Street(시티그룹센터)’ 건물의 33층을 본사로 임대해 쓰고 있다. 이 건물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 금융지구에 있는 지상 43층짜리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샌프란시스코 ‘5대 빌딩’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콘텍스트로직에 따르면 지난 2월 큐텐과 위시의 포괄적 사업양수도계약을 맺을 때 위시 본사 임대와 관련한 의무를 모두 큐텐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콘텍스트로직은 위시 매각 이후 해당 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했다. 문제는 위시 본사 건물의 임대인이 리스를 양도하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큐텐이 리스 양도와 관련해 제안한 대체 담보를 임대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이에 따라 여전히 위시 본사의 임차인은 콘텍스트로직으로 돼있는 상황이다.

계약상 큐텐이 자산매각 이후 리스에 대한 모든 의무를 부담하기로 돼있지만, 최근 티메프발 유동성 리스크가 큐텐그룹 전반에 확산하면서 위시도 본사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매각 당시 콘텍스트로직과 큐텐이 임대인에게 제공한 700만달러 규모의 현금 담보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 떨어지면 추가 부담은 콘텍스트로직이 져야 할 수도 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검은 우산 집회'에서 큐텐 구영배 대표, 티몬 류광진 대표, 위메프 류화현 대표 사진이 붙어 있다. [연합]

이와 관련 콘텍스트로직은 최근 티메프 등의 회생절차 신청을 언급하며 “큐텐은 자산 구매 계약 조건에 따라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면서도 “큐텐으로부터 지불이나 배상을 받을 것이라고 보장할 순 없다”고 언급했다.

위시의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다. 큐텐에 인수되기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산 제품을 ‘초저가’로 판매하며 영향력을 키웠지만, 최근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시장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됐다. 2020년 기업공개 당시 위시의 회사 가치는 140억 달러였다. 그러나 올해 큐텐에 인수될 때 금액은 10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티메프의 경영위기의 불똥은 큐텐그룹의 국내외 계열사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티메프의 국내 이커머스 관계사인 인터파크커머스는 정산 미지급에 이어 최근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룹의 주력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경영권을 큐텐그룹에서 인수할 채비를 하는 등 ‘큐텐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큐텐에서도 협력사들이 이탈하고 있다. 큐텐과 상관없는 온라인 가구·가전 제품 쇼핑몰 ‘알렛츠’도 최근 급작스럽게 영업 종료를 공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며 “이커머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티메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중소 이커머스를 비롯해 업계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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