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정유사 ‘액침냉각’ 전기차 배터리에도 해법되나
뉴스종합| 2024-08-23 11:20
SK엔무브의 열관리 윤활유가 적용된 온도제어시스템 김은희 기자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일부 완성차(OEM) 업체가 전기차 열폭주 방지를 위해 액침냉각 배터리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유업계도 선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냉각 윤활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액침냉각은 배터리나 데이터 서버,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이 지속적으로 열이 발생하는 물체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플루이드(유체)에 담가 직접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이나 기존 튜브 등을 활용한 간접 수랭식보다 효율이 높다.

이와 함께 전기차 100만대당 그룹Ⅲ 윤활기유 수요가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4000만대를 기준으로는 수요가 20% 늘어난다는 의미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원료로 점도와 사용처에 따라 그룹 Ⅰ~Ⅴ로 나뉘는데 그룹Ⅲ 이상을 고급 기유로 분류한다.

이 같은 점에 정유업계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른 윤활기유 성장성과 높아지는 배터리 냉각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나온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윤활유와 기술적으로 개념이 같기 때문에 충분히 전기차 배터리용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에 뛰어들어 최근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시스템 시범 운용을 마쳤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ESS 등 다양한 전기·전자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SK엔무브 관계자는 “글로벌 점유율 40%의 윤활기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등 열관리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하며 열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기업과 협업해 관련 설비의 액침냉각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용 등 분야별 특화 액침냉각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S-OIL)과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액침냉각 사업 추진을 공식화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S-OIL은 서울 마곡 기술개발센터에서 액침냉각 윤활유 시제품에 대한 최종 실증 평가를 진행 중이다. 데이터센터용 제품 개발에 우선 집중하되 전방산업 확대에 따라 제품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모양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윤활기유 기술력과 열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액침냉각 기술 개발과 제품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향후 제품 출시에 대비해 액침냉각 윤활유 브랜드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에 대한 상표권도 등록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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