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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도 주담대 한도 최대 2억 준다…대출총량조이기 본격화[머니뭐니]
뉴스종합| 2024-08-27 10:09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강승연 기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한도 제한 조치가 시작됐다.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자 은행들이 주담대의 만기를 축소하고, 일부 신용대출은 최대 한도를 설정하는 등 사실상 총량 규제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당장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실행되고 나면, 개인의 주담대 한도는 최대 2억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1억 만35세 직장인, 한도 최대 1.5억 ↓…더 어리다면 2억원까지 줄어

27일 헤럴드경제가 시중은행에 문의해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1억원인 만 35세 직장인이 연4% 금리의 주담대를 40년 만기로 받을 시, 현행(스트레스DSR 1단계) 하에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가능 금액은 7억5400만원이다. 이는 차주가 다른 대출을 하나도 받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6일 뒤인 9월 1일부터는 ‘스트레스DSR 2단계’가 시행되며 이 한도가 더욱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만약 차주가 비수도권에 집을 산다면 한도는 7억1500만원으로 3900만원 줄고 ,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산다면 한도가 6억7200만원으로 8200만원 떨어진다. 비수도권에 한해서는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반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역) 주담대에 대해서는 그보다 높은 1.2%포인트가 부가되기 때문이다. DSR 산정시 더 높은 가산 금리가 적용될수록 차주의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은행권이 정부가 시행하는 가계대출 규제에 더해 자체적인 만기 축소까지 시행한다는 점이다. 전날 국민은행은 서울 수도권 내 주택구입자금대출의 최장대출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까지 고려하면 서울·수도권 주택 구입 관련 대출 수요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같은 조건의 직장인이 서울에 집을 사기 위해 만기 30년으로 줄어든 국민은행 대출을 받게 된다면, 한도는 6억7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은행권의 자체 규제가 동시에 가동됨에 따라 순식간에 한도가 7억5400만원에서 6억700만원으로 1억4700만원 급감하는 것이다.

차주가 만 34세 이하에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결과는 더욱 극단적으로 변한다. 현행상 일부 은행은 만 34세 이하 청년의 경우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명분으로 만기 50년의 대출을 내어주고 있는데, 이 경우 스트레스DSR 1단계가 진행 중인 현행상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은 8억1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당 차주가 같은 조건으로 서울에 집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30년으로 줄어든 만기의 대출을 받을 시 6억700만원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한도 차이는 2억원이 넘게 된다.

만기 축소 계획을 밝힌 건 국민은행뿐이지만, 향후 실수요 주담대까지 규제하는 조치는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수 있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현재, 대출을 받고자 하는 수요는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최대한의 대출을 받기 위해 다른 은행·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은행들 생활안정자금·마통 한도도 줄여…“무주택자 서럽다” 목소리도

[연합]

실제 은행들은 이외에도 대출중단 등의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했고, 현재 신규 주택구입 대출 시 1년 이내·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도 막히며 논·밭·과수원 등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과 다른 은행으로부터 갈아타기를 통해 넘어오는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금지된다.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현재 1억원∼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된다.

우리은행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으며, 아울러 대출 모집 법인 한도 관리를 강화해 법인별 월 한도를 2000억원 안팎으로 유지한다.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의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하고,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도 막는다. 신한은행은 당장 전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대출규제가 강화하자, 대출 실수요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대출 타이밍에 따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가능 금액이 수천만원씩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주택자와 같은 실수요자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이같은 가계부채 대책에 피해를 입는 건 ‘집 없는 이들’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에서 전세살이 7년째인 김모(38) 씨는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어서 주말마다 집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도 모자라 대출한도까지 줄인다 하니 이제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며 “부모님의 현금 지원에 기댈 수 없는 평범한 직장인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말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직장인 김모(39) 씨는 “동네 전셋값이 오르고 있어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로 집을 구하려고 해도 돈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마이너스통장 한도까지 축소된다고 하는데 전세금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만히 있던 무주택자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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