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은 총재, 27일 지역별 비례선발제 추진 결단 요구
“서·연·고서 결단 해주면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 대학 입시제도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교수들의 결단을 요구했다.
부동산 가격이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할 만큼 치솟은 상황에서 교육제도의 획기적인 구조변화가 없다면 ‘강남 불패 신화’로 대표되는 집값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단 주장이다. 특히 그는 대입 지역 비례선발이 금리 조정보다 더 효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7일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행정제도 및 입시제도 개편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한은·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지금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며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서울로, 그리고 강남으로, 주택 구입이 어려우면 전세로라도 진입하고자 한다”며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에 대학 입시제도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별 합격자 비율이 고3 학생 비율의 ‘0.7배 이상 1.3배 이하’가 되도록 규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서울 출신, 그 중에서도 강남 출신 학생의 상위권 대학 진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8년 서울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32%를 차지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고 사교육이 활발한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4%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12%에 달했다.
이 총재는 이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교수들이 결단을 내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례선발제는)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신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서울 또는 강남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만 제도를 추진한다면 현재 학과별 선발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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