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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필립섬 리틀 펭귄의 당당한 퇴근길 ‘뭉클’[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4-08-27 15:15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호주 제1도시 멜버른이 남극을 향해 두 팔 벌려 감싸안은 만(灣)은 필립 베이이고, 이 만의 바깥에 필립섬이 있다. 만 이름이 필립인 것은 필립섬 때문이다. 그만큼 소중한 섬이라는 뜻이다.

조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고 있는 페어리펭귄의 퇴근길

연륙교가 있어 차로 갈 수 있는 필립섬 최고의 명물은 닭 만한 크기의 귀여운 페어리펭귄이다.

필립섬이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이 리틀펭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곳에서 서식하는 바다표범, 라군에서 노니는 블랙스완, 캥거루를 닮은 짙은색의 왈라비, 코카두앵무새, 두 발 걸음도 가능한 사구토끼쥐 쿼카 등 역시 보호대상이다.

필립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페어리펭귄의 가족사랑 집단퇴근길 퍼레이드이다. 세상에서 빅토리아주와 남호주에서만 볼수 있다. 펭귄퍼레이드 비지터센터는 이곳의 가치를 고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시위하듯 예술적으로 지어졌다.

예술적으로 지어진 펭귄퍼레이드 비지터센터

일몰 직후 저녁마다 남서쪽 해변으로 돌아오는 펭귄의 수는 2000여 마리이다.

펭귄은 하루에 최대 51㎞를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한뒤 동네별로 무리 지어 필립섬에 퇴근한다. 보통 이틀 간 조업한뒤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에게 먹일 음식물을 자기 배에 잔뜩 집어넣었으니, 그들의 퇴근길 발걸음은 뒤뚱뒤뚱 익살스럽다.

부모가 돌아올 시간이면 새끼들은 둥지 앞에 마중 나와 울어댄다.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뽀뽀하는 페어리펭귄 가족

99%가 자기집을 잘 찾지만 어쩌다 남의 집앞을 서성거리던 펭귄과 주인펭귄이 소리를 지르면 싸우기도 한다. 관람할때 사진 촬영이 금지되는데, 휴대전화의 플래시 조명에도 이 작은 펭귄이 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나무 데크 통로가, 감각 민감성이 있는 방문객들을 위해선 헤드폰 존 및 무소음 관람 구역이 운영된다. 헤드폰 존에서는 입장 시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센서리 백(Sensory Bag)에 포함된 소음 감소 헤드셋을 착용하면 된다.

필립섬의 왈라비

왈라비가 곳곳에서 껑충껑충 뛰어나다니는 필립섬에는 ‘흑조의 호수’ 블랙스완 라군, 처칠 아일랜드, 코알라 보호센터 등도 있고, 릴 인렛(Rhyll Inlet), 울라마이(Woolamai), 노비(the Nobbies) 지역에선 자연환경 그대로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호주관광청은 필립섬을 포함해 퀸즈랜드주의 그레이트 베리어리프, 골드코스트 시드니의 본다이비치와 타롱가 동물원을 장애인 노약자도 맘껏 즐기는 무장애 여행지로 선정해, 그 매력을 한국민에게 전했다.

그레이트 베리어리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 퀸즐랜드 케언즈= 2300km에 걸쳐 3,000개 이상의 산호초와 섬 900여 개로 이뤄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다. 이곳에는 장애가 있는 여행객들도 몸소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제공하는 여행사가 다양하게 있다.

케언즈 근교의 포트 더글러스(Port Douglas)에 위치한 퀵실버 크루즈(Quicksilver Cruises)가 대표적이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크루즈를 운영하고 있으며, 에이진코트 리프(Agincourt Reef) 플랫폼에 탑재된 수력 리프트를 통해 휠체어 방문객이 바다에 직접 들어가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투어를 제공한다. 에이진코트 리프 플랫폼은 업체가 운영 중인 수상 시설로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여러 워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퀵실버 크루즈

같은 그룹사인 퀵실버 다이브는 장애인을 위한 스쿠버 다이빙 과정을 선보이고 있어 이용객은 전문 강사와 함께 신비로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수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본다이 비치 – 뉴사우스웨일스 시드니= 호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본다이 비치(Bondi Beach)는 장애인 편의 시설 또한 잘 갖춘 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 근처로 이어지는 백사장 매트, 휠체어 전용 이동통로 등이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은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다. 서핑도 즐길 수 있는데, 이곳 소재의 서프 스쿨인 렛츠 고 서핑(Let’s Go Surfing)은 수강자의 신체적 및 지적 장애를 고려해 맞춤형 서핑 경험을 제공한다. 파도와 조수에 따라 적합한 시간에 수업을 하며, 필요시 추가 코치를 배정해 안전하게 진행한다. 해변용 휠체어의 경우,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무장애 관광지 본다이비치

해변을 방문하기에 앞서 휠체어 이용자들은 장소별 휠체어 입장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앱인 휠이지(WheelEasy)의 본다이 비치 가이드에서 제공하는 ‘모래사장 이용 팁’을 참고할 수 있으며, 감각 민감성이 있는 방문객들은 라이브 해안 카메라를 통해 인기 장소의 혼잡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타롱가 동물원 – 뉴사우스웨일스 시드니= 호주의 귀엽고 독특한 야생동물들을 제약 없이 만나보고 싶다면 시드니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이 제격이다. 350여 종의 동물 5000마리 이상이 살고 있는 이곳은 유모차 및 전동차·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곳곳에 엘리베이터와 램프(경사로)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편리한 관람을 돕고 있다.

타롱가의 코알라

이외에도 교통약자 및 장애인 관람객들을 위한 주요 서비스로 ‘액세스 타롱가(Access Taronga)’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를 이용하면 지정된 날짜에 조기 입장이 가능해 차분한 분위기 속 동물원을 둘러볼 수 있다. 자폐인 대상으로는 ‘비주얼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호주 관련 단체와 함께 개발한 동물원 소개 자료로 여행객들은 이를 활용해 방문 전 미리 관람을 준비할 수 있다.

장애인 케어 동반자는 무료로 동물원 입장이 가능하며, 안내견 또한 미리 등록하면 들어올 수 있다.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 아이플라이 실내 스카이다이빙

▶아이플라이 실내 스카이다이빙 – 퀸즐랜드 골드코스트= 아이플라이(iFLY) 실내 스카이다이빙은 점프하거나 떨어지는 대신 제어된 공기 흐름 위에서 부드럽게 비행하며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이곳에는 신체 및 발달 장애를 가진 방문객들을 위한 ‘올 어빌리티스(All Abilities) 이벤트’가 한 달에 한 번씩 개최된다.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진행되는 해당 이벤트는 누구든지 신청 및 참여할 수 있다. 비행은 여행객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전문 강사가 함께 동행한다.

업체에는 휠체어 이용객 등 모든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전용 주차장을 비롯해 지정된 픽업·드롭오프 지점이 마련돼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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