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2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네 집 중 한 집 꼴인 적자가구 비율은 3년만에 최고치다. 지난달 생산과 소비는 모두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내수진작을 관건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지만, 관련 지표들이 모두 경고등을 켰다. 여기에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까지 가팔라 향후에도 가계가 집과 빚에 묶여 소비여력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9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가 늘었고 지출(381만706원)은 이보다 큰 4.3%가 증가했다. 물가상승률(2020년 기준)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435만3000원으로 0.8%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이는 2022년 2분기(449만4000원)와 비교할 때 14만1000원이 적은 수치다. 소비·지출에 쓸 가계의 구매력이 2년전보다 더 감소했다는 얘기다.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가구 비율은 23.9%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2분기(24.4%) 이후 3년만에 최고치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써야 하는 돈이 더 많아져 적자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구 비중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계층간 소득 격차가 벌어진 것은 정부가 대처해야 하는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2분기 명목 근로소득은 8.3%가 늘어났지만, 소득 하위 20%는 오히려 7.5%가 줄었다. 가계구매력과 소득불평등 개선을 꾀할 뚜렷한 반전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112.7(2020년=100)로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5월부터 석달째 감소세다. 반도체(-8.0%), 자동차(-14.4%) 등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3.6% 줄면서 지난 2022년 12월(-3.7%) 이후 19개월만에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1.9% 감소해 부진한 내수 상황을 반영했다.
집걱정, 빚걱정에 다음달 추석을 앞두고 채소·과일값은 턱없이 오르는데 어느 하나 위안이 될 소식이 없다. 기업 생산을 북돋워 가계 소득을 올려주는 것이 민생이고, 소비를 촉진시켜 내수를 진작시키는 게 경제성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체감 민생이 기대만큼 빨리 나아지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과연 ‘낙관적 기대’와 ‘체감 현실’ 사이의 간극이 왜, 어디서 비롯되는지 정부의 냉철한 현실인식과 진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