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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의 시선고정]영종 국제학교 공모,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뉴스종합| 2024-09-01 23:41
국제학교 공모와 유치의 차이점 비교 도표

인천 영종 국제학교는 공모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최근 “공모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제청)은 9월 중 국제학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하고 올해 안으로 우선협상대상 학교 후보 3곳을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놓고 경제청과 영종 주민들간 마찰로 대립된 장기간 파행은 결국 주민들의 명문학교 유치 요구는 불수용 되고 인천시의 지침에 따라 공모로 진행된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윤원석 경제청장은 지난 5월 영국 명문 사우스햄튼대학과 미국 매네스 음악대학을 모두 양해각서(MOU) 협약으로 유치했다.

따라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대학과 국제학교 모두 공모가 아닌 유치로 진행한 것이다. 교육부의 국제학교 선정 지침에도 자치단체장이 MOU 협약을 통해 유치하도록 돼 있다.

이와는 달리 영종은 인천시의 지침에 따른 경제청의 공모 진행에 영종 주민들과의 논란이 예상된다. 영종 주민들 입장에서는 최상위급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로 선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종 주민들 공모 반대하고 명문학교 유치 강력히 요구해 온 이유 있어

영종학부모연대는 지난해 12월 영국 최상위급 명문 사립학교 킹스칼리지스쿨(윔블던) 초청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 1월 킹스칼리지스쿨(이하 킹스) 측과 지역상생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 후 킹스 유치를 위한 주민 3000명 서명부까지 인천시에 제출할 만큼 킹스 유치를 선호한 그 이유가 있었다.

우선, 영종 주민들이 공모를 반대한 이유는 작년 내내 개발업자가 학교를 끼워오는 방식의 개발업자 선정 공모 방식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번 공모하면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수준 낮은 학교들이 공모에 참여하더라도 경제청은 무조건 그 안에서 학교를 선정할 수 밖에 없으며 이마저도 최종 학교를 선정하는데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린다는 점이다.

반대로, 공모 없이 유치로 진행하면 신속하고 신중하게 최상위급의 명문학교를 선정할 수 있다. 특히 국제학교 유치는 영종 자녀들의 미래 교육이 걸린 문제이고 영종 발전 및 브랜드 가치와 위상이 제고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주민들이 유치 과정에 관여하고 결정을 이끌어 낼 권리가 충분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 온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하자면, 첫째, 킹스와 같은 최상위급 명문학교가 유치되면 장기간 발전이 더딘 영종국제도시 골든테라시티(구 미단시티) 개발 전망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개발이 멈춘 골든테라시티 조성사업을 촉진시키기 위한 도시인프라 구축의 기회는 물론 경제자유구역 경쟁력면에서도 상당한 개발 영향도 미친다. 영종 입장에서는 송도국제도시 보다 개발이 20년 뒤쳐진 상황에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경제청에서는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 수준이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곳곳에 국제학교가 설립되면 영종 국제학교가 경쟁력 없이는 학부모들이 영종으로 이사오거나 명품 국제교육도시로의 부상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킹스는 학부모와 국내외 대학들이 선호하는 세계 170개국 5700여 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바칼로레아) 학교들 중 세계 5위로 최상위급 명문학교이다.

킹스는 1829년 영국 조지 4세가 설립한 명문학교로 영국에서 사립학교 랭킹 1~2위인데다가, 대학 진학율도 높은 최상위급 교육기관이다. 특히 영국 명문학교들로 구성된 ‘이튼 그룹’(Eton Group)에도 소속돼 있다.

인천경제청, 영종 주민들이 당초 킹스와 협약한 지역 상생방안·사회공헌 제도 마련 잊지 말아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종학부모연대와 킹스 간의 협약 내용이다. 양 자간 협약은 국내 국제학교 유치 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지역주민들과의 상생방안 마련과 사회공헌 제도였다.

당시에 주요 협약 내용은 킹스 국제학교 설립 후 지역학생을 위한 장학제도, 영어캠프 등 다양한 교육지원 방안 마련과 지역 주민을 위한 학교 내 스포츠시설 공용 등 지역 사회공헌 방안에 대해 영종학부모연대와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협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국인 모집 신입생 최대 30%까지 영종 거주 학생 입학전형 및 장학혜택 부여 ▷영종지역 어린이 대상 영어캠프 진행 ▷영종지역 교사 대상 IB교육 연수 프로그램 개발 ▷스포츠시설(아이스링크,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 공유 ▷영종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외국어 서비스교육 개발 등의 업무 등을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킹스는 이를 명확하게 입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영국 본교에서 직접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에게 협약서 내용과 같이 지역상생방안 이행의지를 담은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는 영종 국제학교 설립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추후 장학생 선발 등에 대한 업무 협력 제안을 사실화하기 위한 표명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영종국제도시 총연합회에서 킹스 본교로 보낸 질의에 대해서도 영국 본교로부터 지역상생 계획에 대한 의지를 담아 회신한 바 있다.

국내 국제학교 유치 사상 유래가 없었던 파격적인 킹스의 제안은 전국 최초인 동시에 영종 주민들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인천시와 경제청, 인천도시공사 등에 영종 국제학교 설립 의향을 지난 3년 동안 밝혀 온 킹스는 이들 기관의 미진한 반응으로 끝내 경기도 고양시로 넘어갔다. 고양시는 이동환 시장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으로 킹스와 접촉한 지 2개월만인 지난 5월 국제학교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영종만을 위한 킹스의 파격적인 제안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 아이들의 미래가 사라졌고 국제학교로 인한 도시 인프라 구축 등 영종 개발의 기회마저 잃게 돼버렸다.

여기에서 인천시와 경제청은 주목해야 한다. 공모 보다 유치만이 제대로 된 최상위급 명문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모는 킹스와 같은 최상위급 명문학교들의 참여는 거의 희박하다. 명성 있는 최상위급 명문학교들이 경제청 공지사항을 읽고 공모에 참여해 굳이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시처럼 킹스를 유치하기 위해 명성 있는 최상위급 명문학교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노력을 통해 데려오는 것이다.

공모는 결국 국제학교 설립 대행업체인 한국 에이젠시들만의 리그일 뿐, 결코 최상위급 국제학교를 유치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그럼에도 공모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모 형식을 빌어서 특정학교를 밀어 주려는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장·인천경제청장, 공모 결과에 따라 후폭풍 있을 수 있어

만일, 공모 결과 새로운 명문학교 참여는 없고 기존에 개진해 온 학교들만 공모에 참여한다면, 국제 공모를 결정한 인천시와 경제청은 영종 주민들을 기망했다는 지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학교들 수준이 낮더라도 그 안에서 뽑을 수 밖에 없는 공모 절차 특성상 향후 주민들과 인천시, 경제청간 대립 구도는 지금까지의 파행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모 리스크는 타 지자체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평택시가 공모로 실패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모 경험이 있는 평택시는 2022년 1월 국제학교를 뽑는 공모(3개월 동안)를 냈고 그해 6월에 12개 참여 학교 중 1~3순위 우선협상 후보학교를 선정했다. 그러나 1~3순위 학교 모두 결렬됐다. 공모한지 2년이 넘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영종 국제학교 공모도 이와 다를바 없다고 본다. 현재 5~6개 참여 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적어도 킹스 수준이나 그 이상의 학교이여야 하는데 현재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중하위권 수준이거나 영종 주민들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에 처음으로 국제학교를 유치할 당시와는 다르게 지금은 전국적으로 국제학교 설립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경쟁력에서 떨어지면 국제학교가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들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인천(영종)과 인접한 타 도시의 예를 보면, 고양시는 영국 킹스가, 태안은 2027년 개교 예정인 영국 헤일리베리 칼리지 스쿨(IB교육 세계 14위)이 이미 협약을 통해 진행중이고 충북 오송과 평택시, 경기북부 도시에도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천(영종)과 가까운 지역에 최상위급 국제학교들이 유치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 학교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면 경쟁력에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인천경제청, 최상위급 명문학교 선정 위한 공모 참여조건에 세 가지 반드시 내세워야

적어도 영종 주민들이 킹스를 선호하고 유치를 주장했던 최상위급 명문학교 기준은 적어도 ▷IB교육 세계 100위 이내 ▷자국내 사립학교(대입시험성적) 순위 100위 이내 ▷학교 역사와 전통 100년 이상 등 이 세 가지 조건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경쟁력에서 살아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밝혔듯이 지역 상생방안이 영종 주민들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학교이여야 한다.

경제청은 이 세 가지 조건을 기본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본다. 유치라면 적어도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학교를 찾아 선정하면 된다. 그러나 공모라면 참여 자격조건에 필수 사항으로 넣어야 한다.

만약, 참가 자격조건에 명시하지 않고 평가 항목에만 넣는다면, 수십여 가지 평가 항목들 중 하나로 묻혀서 정작 주민들이 중시하는 항목에서 미달하더라도 종합 점수가지고 상대 평가해 우선협상대상학교들을 선정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이와 같이 인천시와 경제청은 영종 주민들이 명문 국제학교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주민들 의사를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인천경제청장, 대학 유치 성과내면서 영종은 왜 역량 발휘할 수 없는 공모 고집하는지 의문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인 윤원석 경제청장은 본인 스스로가 국제학교 전문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6월 전임 경제청장이 MOU로 유치한 송도 해로우스쿨이 우리나라 현행법에 적법하지 않은 학교여서 MOU 유효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1년만에 무산시켰다.

여기에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와 미국 매네스 음악대학 등 국제대학 유치를 모두 MOU 협약으로 성사시켰다. 그런데 왜 영종은 유독 ‘적극적’ 유치가 아닌 가만히 앉아서 하는 ‘수동적’ 공모로 진행하는 것인지 공평하지 못한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윤 경제청장은 영종 국제학교 공모 진행을 놓고 수년째 파행을 거듭해 온 영종 주민들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천시와 경제청이 끝내 공모를 고집한다면, 과연 국제 공모에 주민들이 원하는 최상위급 명문학교가 참여하게 될지 의문이다.

특히 올해 안으로 우선협상대상 후보 학교들을 선정했을 때 어떤 수준의 학교들이 선정될지, 그 다음 후보 학교들과 수년씩 협상해서 최종 학교가 선정되기까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만약 평택처럼 무산됐을 때 그 피해는 누가 입게 되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그 결과에 따라 인천시와 경제청은 주민들로부터 반드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지난 6월 영종 주민들은 영종 국제학교 유치와 공모 방식에 따른 업무 과정에 대한 의문들 때문에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다가 송도 해로우스쿨 유치 무산에 이어 영종 국제학교도 공모의 성과가 결과로 나오지 못한다면, 유 시장과 윤 경제청장은 인천 국제학교 설립 사업의 실패자로 낙인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판단과 선택을 잘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수 도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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