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쥐나 줘라" "우리 요리의 사생아"... 3500원짜리 통조림 카르보나라 출시에 '이 나라'는 발끈
뉴스종합| 2024-09-02 14:56
미국 하인츠의 신제품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캔. [ITV 뉴스 유튜브채널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식품업체 하인츠가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파스타 종주국 이탈리아 국민들이 발끈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하인츠는 이달 중순부터 영국 슈퍼마켓에서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개당 2파운드(약 3500원)에 판매에 나선다.

노란색 바탕의 캔에는 분홍색 라벨 안에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판체타(훈제하지 않은 이탈리아식 베이컨)를 곁들인 크림소스 파스타'라고 적혀 있다.

하인츠는 가볍게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젊은 Z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이 회사 요리 담당 임원은 "가정에서 빠르고 만족스러운 한 끼를 위한 완벽한 솔루션"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전통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이탈리아에서는 카르보나라를 캔에 넣어 판매한다는 소식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니엘라 산탄케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통조림 카르보나라 출시 기사를 올린 뒤 "이탈리아인들은 음식에 진지하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1954년 개봉작 '로마의 미국인'(Un americano a Roma)에서 배우 알베르토 소르디의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통조림 카르보나라는 "쥐나 줘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요리사 지안프랑코 비사니는 하인츠를 겨냥해 "이탈리아 문화와 요리를 파괴하고 있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비판했다.

로마의 미슐랭 레스토랑인 글라스 호스타리아의 유명 셰프 크리스티나 바워먼은 "우리 요리의 사생아"라며 "끔찍한 아이디어이며 소비자들이 오리지널보다 이 통조림 버전을 먼저 먹어보고 실망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역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로마의 피페로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 알레산드로 피페로는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고양이 사료'에 비유했다.

전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카르보나라는 원래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지방 음식이다. 이탈리아어 '카르본(Carbone)'은 석탄이란 뜻으로 이 지역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소금에 절인 고기와 달걀 만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돼지 볼살로 만든 숙성고기 구안찰레와 계란 노른자, 페코리노(양젖 치즈), 후추로만 만들어 먹는 게 정통 레시피다.

카르보나라의 정통 레시피를 변형하려는 외국 셰프들의 시도는 이탈리아에서 언제나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지난 2023년 2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베이컨과 파마산 치즈, 달걀에 토마토 소스를 가미한 '토마토 카르보나라' 레시피가 공개됐을 때에도 이탈리아 요리사들과 누리꾼들이 SNS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2020년 2월 영국의 유명한 셰프 고든 램지가 정통 카르보나라를 변형한 레시피를 선보였을 때에도 이탈리아 소셜미디어에선 난리가 났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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