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가격거품 뺀 ‘해외직구’ 폭풍성장
뉴스종합| 2024-09-03 11:18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통관작업을 하는 모습 [헤럴드DB]

#. 온라인 브랜드 MD(상품기획자)로 일했던 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부터 집안일이나 육아 등에 필요한 제품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하고 있다. A씨는 “국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 상당수가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이라며 “어차피 중간이윤이 붙어 비싸질 바에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약진에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직구(직접구매) 규모가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 직접 구매금액은 2조14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6350억원)보다 25.6%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역별 비중에서는 중국이 과반을 넘겼다. 2분기 중국 해외직구 금액은 1조2373억원으로, 전체 해외직구 금액의 61.4%를 차지했다. 중국 해외직구 규모는 2021년 336억원, 2022년 5133원, 2023년 7507억원 등 꾸준히 커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해외직구 비중도 27.3%, 34.8%, 46.8%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은 처음으로 미국을 앞지르며 해외직구 1위 국가로 올라선 뒤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중국 해외직구 돌풍의 중심에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테무·쉬인 등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가 있다. 중국계 이커머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국내 결제금액은 2조2938억원으로 추산됐다. 7개월 만에 작년 1년간 결제 추정액(2조3227억원)에 육박했다. 지난 7월 기준 알리·테무의 국내 앱 월간 이용자 수(MAU)는 각각 847만명, 755만명 등 총 1602만명이었다. 지난해보다 236% 늘었다.

관세청 자료를 살펴보면 세부적으로 올해 1~6월 국내로 반입된 전자상거래 물품은 8917만1000건으로 작년 상반기(5757만 3000건)보다 54.9% 늘었다. 이 가운데 저가 제품이 많은 중국발 해외 직구 비중은 작년 상반기 64%에서 올해 상반기 72%로 커졌다.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는 소비자가 급증한 셈이다.

소비자들이 중국을 통한 해외 직구를 늘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근로자의 전년 대비 월평균 명목임금은 2.4% 늘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2.8%)보다 0.4%포인트(P) 낮았다. 실질임금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떨어졌다.

특히 동일한 물건을 해외직구 플랫폼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 비싸게 파는 경우도 많다. 업계는 같은 물건이 국내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이유로 이해관계자가 많은 한국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지목한다. 생산과 소비 사이에 많은 중간상을 거치면서 유통 비용이 붙어 제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해외 직구 제품은 이런 중간 유통 과정을 대폭 줄여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일례로 A업체는 10년 넘게 중국에서 저렴한 물건을 도매로 사와 국내 온라인플랫폼에서 높은 중간이윤을 붙여 팔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계 이커머스를 통한 해외직구가 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가격 거품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다. 이 업체에서 책정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A업체의 매출이 줄었다.

업계는 앞으로도 해외 직구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이후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커머스업계도 재편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인 데다 해외직구업체들이 국내 투자를 키우면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해외직구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고물가 시대에 중국 해외직구가 초저가를 비롯해 배송서비스를 개선하면서 계속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해외직구를) 한 번 경험한 이상 계속 구매를 늘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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