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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다시 안 온다” 대출금리 인하 기대 뚝↓…은행채 금리 급등[머니뭐니]
뉴스종합| 2024-09-04 10:02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정호원 기자]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돌연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막상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자 그 속도와 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채권 시장에 선반영된 부분이 회복한 영향이다.

향후 실질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경우 다시금 은행채 금리는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다만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리기에는 가계부채 증가세 등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일각에서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기대보다 높게 형성되며, 대출금리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간 이전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출금리 안 내리나” 은행채 금리 40일來 최고

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3.33%로 하루 만에 0.3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7월 23일(3.36%) 이후 약 40일 내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은행채 금리는 이달 3일에도 3.329%로 0.01%포인트 하락에 그치며,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4월 29일 3.96%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내림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 8월 5일에는 3.101%로 하락하며, 2022년 3월 31일(3.1%) 이후 약 2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새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며, 3.3%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과도하게 선반영됐던 부분이 다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과열 등 문제가 산적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횟수가 정확히 몇 번이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너무 빠졌던 부분이 되돌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실제 한국은행도 과도한 시장 기대에 대한 경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해 “우리 금리 인하의 폭과 스피드(속도)가 미국과 같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며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영끌에 대한 부담이 적을 거라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외에도 금융안정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에 금리 인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보수적 전망도 채권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현재 금융당국의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조6259억원 늘어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은행채 수급 측면 또한 채권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하반기 은행채 공급 물량이 늘어나며, 금리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채 공급이 상대적으로 과잉된 측면이 있어, 금리가 상승한 부분도 있다”면서 “은행도 발행 금리를 아주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대 주담대 가능성 뚝↓…이자 부담만 늘어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현재 은행채 상승 추이는 대출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틀어막기가 시작되며, 이미 채권 향방과는 관계없이 가산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은행 중 3곳이 주담대 금리 하단은 4%대를 돌파한 상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고금리 적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감행하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다시금 저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한 탓이다.

문제는 향후 가계대출이 잡힌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기대하는 저금리 상황이 오기 힘들 수 있다는 거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며, 한국도 따라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팽배하다. 하지만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한국은행의 최종금리 수준을 2.5%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최대 1%포인트 선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은행채 금리 하락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 재료로 작용하는 대출금리 하락세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2020~2021년과 같은 0%대 초저금리 시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줄곧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금리가 다시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은행권에서도 향후 대출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상반기 은행권은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며 주담대 금리를 최저 2%대까지 내린 바 있다. ‘이자장사’를 압박하는 정부 입김에다 주담대 대환 경쟁까지 시작되며 ‘역마진’을 감수한 결과다.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이 역마진을 감수할 수는 없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올 상반기만 해도 특수한 상황에 따라 낮은 금리가 형성된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현재 ‘특수 세일’에 맞춰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기준금리가 1~2%대였던 지난 2022년 상반기에도 주담대 금리가 4%대 중반대로 취급된 걸 고려하면, 영끌족의 기대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급증한 주담대 이자 부담이 장기화하며, 소비 부진 등 부작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심지어 전체적인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9~2021년 초저금리 당시 1~2%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의 금리가 갱신될 경우 이자 부담이 크게 두 배가량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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