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10살 여아에 ‘결혼서약·뽀뽀사진’ 요구한 40대 남성…대법 “성착취 대화죄 성립”
뉴스종합| 2024-09-13 10:35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만 10살 여자 아이에게 결혼 서약과 뽀뽀사진 등을 요구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메시지를 보낸 40대 남성에게 성착취 목적 대화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혐의는 n번방 사건 이후 신설된 처벌 조항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첫 번째 사례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은 13일 오전 아동학대, 성착취 목적 대화 등 2개 혐의를 받은 남성 A(40)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2심은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2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1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난 피해자에게 45회에 걸쳐 성적 욕망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보낸 혐의를 받았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가 적용됐다.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A씨는 피해자에게 “넌 나의 소유물이다”, “너가 존댓말 쓰면 흥분돼”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또 ‘뽀뽀하는 입술사진’, ‘입 벌리고 아 하는 사진’ 등을 찍어 보낼 것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피해자의 어머니 몰래 결혼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하고, ‘좋아한다’는 목소리를 녹음해 보낼 것을 요구했다.

1심은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3부(재판장 조은아)는 지난 6월,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 결과 형량이 다소 올라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가 만10살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성에 대한 인식·판단과 대처능력이 미숙한 아동인 것을 알면서도 뽀뽀, 결혼 등 연인 사이에나 사용하는 표현,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순수한 연애감정을 느껴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당시 만38살이던 A씨가 만10살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연애감정을 표시한 것은 그 자체로 성적인 함의를 불러일으키고, 성적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불복했다.

대법원에 상고하며 “피해자는 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련 표현을 듣더라도 성적 혐오감 등을 느낄 수 없다”며 “10살에 맞는 순수함을 갖고 있다면 그렇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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