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한 살이라도 어릴때”…탈모약 찾아 ‘성지’ 찾는 청년들[르포]
뉴스종합| 2024-10-10 09:11
‘탈모약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 한 병원 내부에서 탈모약 처방을 위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아침에 머리를 감았더니, 바닥이 머리카락으로 가득하더라고요. 안그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종인데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직장인 김모(31) 씨는 탈모 걱정에 밤잠을 설치다가 탈모약을 찾는데 긴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탈모인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를 찾아 약을 구매한 뒤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고 털어놨다.

헤럴드경제가 10일 찾은 탈모약 성지 종로 5가 거리는 병원부터 약국까지 ‘털어놓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는 탈모인이 많았다.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병원과 약국 인근은 직장인·군인·대학생·멀리 지방에서 찾아온 이들로 가득 찼다.

종로 5가 거리 병원들은 내과, 이비인후과, 한의원을 가리지 않고 ‘탈모약 처방’ 메모를 입구에 크게 써 붙여 놨다. 병원 내부로 들어서자 20~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로 가득했다. 청년들은 대부분 모자를 쓴 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자 대기 인원수는 20명까지 늘어났다.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은 나지막이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라는 혼잣말을 내뱉는 이들도 있었다. 간호사는 기자에게 “1시간 대기는 기본에 사람이 많을 때는 2시간까지도 기다리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탈모약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 한 병원에서 탈모약 처방을 위해 기다리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 김용재 기자

‘공장식 탈모약 처방’, ‘접수만 하면 탈모약을 받을 수 있다’ 등의 인터넷 후기와는 달리 근방 병원에서 탈모약 처방은 꼼꼼하게 이뤄졌다. 키오스크 접수 후 40분 정도가 지나자 의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탈모 걱정 때문에 찾아왔다’라고 말하니 머리 정수리 부분과 이마를 사진으로 촬영했다. 다른 탈모 환자들의 사진과 상태 비교 후에 원하는 가격의 약을 골라 처방받는 것이 가능했다.

인근 약국 앞에서 탈모약 처방을 받은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탈모 스트레스’를 털어 놓으며 빠르고 싸게 처방받는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탈모약을 7년째 복용 중이라는 직장인 이모(35) 씨는 “일반 약국과 병원에서 탈모약을 받으려면 거의 10만원 돈을 써야하는데, 이곳에서는 6만원 정도면 탈모약을 받을 수 있다”라며 “저렴하고, 약 처방도 빠르기 때문에 이곳을 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탈모약을 복용한지 6개월 됐다는 군인 김모(22) 씨는 “군대에서 모자를 계속 쓰고 있으면서 점점 머리가 많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부대에서 종로 5가를 추천 받아 한번 복용한 뒤 효과가 좋아서 이곳을 다시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직장인 강모(33) 씨는 “서울로 출장온 김에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를 찾아 1년치 탈모약을 처방받았다”라며 “돈을 모아서 모발이식도 받을 생각이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머리를 만질 때마다 스트레스”라고 했다.

‘탈모약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 한 병원 앞에 ‘탈모 처방’이라는 글자가 크게 붙어 있다. 김용재 기자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환자 수는 지난해 24만3557명에 달했다. 또 지난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2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40대 탈모 환자는 전체의 21.92%인 24만4599명, 30대는 전체 21.4%인 23만9688명, 20대는 18%인 20만683명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집계되지 않는 탈모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는 탈모도 질환으로 인정하고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상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젊은 탈모 환자들은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진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젊은 탈모인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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