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려 4.50∼4.75%로 낮췄다. 지난 9월 ‘빅컷’ 이후 2회 연속 인하다. 한국(3.25%)과의 금리차는 상단기준 종전 1.75%p에서 1.50%p로 줄었다. 미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물가도 목표치를 따라가고 있고 실업률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증시는 전날 ‘트럼프 랠리’에 이어 S&P 500과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뜨겁게 반응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예상대로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연내 0.5%p 추가 인하를 예고한 터라 11월과 12월 0.25p씩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9월 빅컷 때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연준은 이날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지난 번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표현이 빠진 것이다.
연준의 신중 모드는 물가 둔화가 정체된 데 있다. 실제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전망치(2.6%)를 웃돌았다. 지난 5월 2.7%로 둔화한 뒤 더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금리를 2025년 말에는 3.4%, 2026년 말에는 2.9%로 낮출 것이란 전망인데, 트럼프 재집권으로 감세와 관세 인상 등 물가 상승 유발 요인이 많아, 예상 경로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로선 금리 인하 여지가 생긴 셈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더해 환율 부담이 커졌다. 7일 외환시장에서 ‘트럼프 정책 리스크’로 원화값은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넘겼다. 한은이 지난달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지만 추가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돼도 추가 인하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위축된 내수를 살리자면 금리인하가 불가피하지만 고환율 관리 필요성이 우선될 수 밖에 없다. 원화값이 더 떨어지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9,10월 연속 1%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 금리를 인하한다 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외국 자본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정부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