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설계자/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지음 플랫폼9왈3/4 옮김/파이퍼프레스 |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9월 11일, 세계적인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의 “자녀 없는 고양이녀들”이란 발언을 의식한 듯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와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상대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개 지지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위프트에게 “아마 (음악)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날선 경고를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이 된 지금, 스위프트는 시장에서 그의 왕좌를 위협받고 있을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다. 자리를 위협받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진정성이 통하지 않은 세상을 원망하는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의 위로를 받고 있을 것이다. 3억 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스위프트의 제국’에선 부정적인 내러티브도 종국에는 그의 편이 된다. 신간 ‘제국의 설계자, 테일러 스위프트의 비즈니스 레슨’에 따르면 말이다.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최초로 4번이나 수상한 아티스트, 11개 음반 중 10개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리고, 그가 콘서트 투어만 나서면 ‘스위프트노믹스’ 현상을 일으키는 살아있는 전설. 이처럼 이름 앞에 화려한 수사가 붙는 스위프트가 그만의 강력한 제국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아티스트적 재능 뿐 아니라 자신을 브랜딩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는 “스위프트의 성공은 탁월한 비즈니스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단순히 음악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앨범, 굿즈, 콘서트 등 그의 음악을 소비하는 전체 생태계를 구축해 ‘브랜드 스위프트’라는 매커니즘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기 보다 특정 집단에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는 이른바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취한다.
그럼에도 그의 팬덤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스위프트가 단일 장르나 특정 이미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인 정체성’을 진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노래를 통해 자신의 얘기를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스위프트 자체가 매순간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어 누가 들어도 내 이야기인 듯 공감을 일으킨다. 특히 저자가 스위프트에 주목하는 점은 그가 진정성을 통해 팬들과 개인적 유대를 확대하고, 소속감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그는 성공의 의미를 단순히 앨범 판매량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스위프트라는 브랜드 강화도 함께 본다. 앨범 판매량이 예상만큼 늘지 않아도 스위프티의 유대감과 결속력이 강해졌다면 그걸로 족하다.
덕분에 스위프트는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회복 탄력성’이 좋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음악 비즈니스에서 오래 왕좌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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