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훈 현대오토에버 차량전장SW센터장
현대차그룹 차량용 SW 모빌진 개발 총괄
‘실시간 업데이트’ SDV 시대 지향점 추구
“모빌진 어댑티브, 연말 현대차 신차 탑재”
정지훈 현대오토에버 차량전장SW센터장이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모빌진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현대오토에버 제공] |
“우리 제품이 없어서 해외에서 전부 프로그램을 사와 차량에 탑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소프트웨어 가격은 결국 ‘부르는 게 값’이 되고 말 겁니다.”
정지훈 현대오토에버 차량전장SW 센터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산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과거 하드웨어(HW)에 종속됐던 SW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의 도래에 맞춰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량용 SW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다. 2016년 현대차 그랜저IG에 차량SW플랫폼 ‘모빌진 클래식 1.0’을 최초 적용한 이후 개선된 플랫폼 ‘모빌진 클래식 2.0’을 개발했다. 모빌진 클래식은 현대차그룹의 표준 차량용 SW 플랫폼으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그룹의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다.
이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가 바로 정 센터장이다. 지난 2012년 현대오토에버(구 현대오트론)에 합류한 정 센터장이 미디어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센터장은 “대한민국이 (SW관련) 규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보안과 관련이 많은 신기술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규제 관련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라면서 “해외 시장에서 우리 전장부품과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규제 조건을 잘 맞춘 소프트웨어가 먼저 준비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모빌진이 존재하기 이전에는 전부 외국에서 차량용 SW를 사 왔는데, 모빌진이 개발되면서 우리 기술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오토에버의 모빌진은 주로 유럽권 제조사들이 선호하는 차량제어모듈(ECU) 관련 소프트웨어 표준인 오토사(AUTOSAR)를 충족하면서도, 다양한 제조사가 만든 MCU(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컴퓨터의 CPU·램과 롬·그 외 주변장치가 포함된 유닛)를 지원해서 범용성이 높다.
기존에는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에 탑재된 ‘모빌진 클래식’이 주력상품이었고, 올해 말 현대차가 출시 예정인 차량에는 그보다 발전한 ‘모빌진 어댑티브’를 넣으며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다.
기존 모빌진 클래식은 차량의 기본 조작을 충실히 하는 데 주력했다면, 모빌진 어댑티브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른 전자기기, 차량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정 센터장은 “SDV가 지향하는 바는 현재 운전을 하고 있는 차량 소비자의 요구가 즉각 수집되면서, 여기에 맞춰 빠르게 차량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소비자는 차 안에서 활동을 즐기고,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모빌진 어댑티브의 실제 완성차 적용을 통해서 SDV의 지향점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모빌진은 유럽의 규제 기준도 충족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다. 모빌진 클래식의 현재 모델인 2.0은 주로 유럽권에서 사용도가 높은 SW 품질평가체계인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SPICE)’ 레벨3(CL3)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약 130개 항목을 기반으로 인증받으려는 업체의 SW 개발 과정을 세밀하게 검증해서 획득이 까다롭다.
현재 BMW와 벤츠 등 유럽 OEM에 SW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싶은 업체는 레벨2를 충족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사실상 레벨3를 현존하는 최고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어, 모빌진이 그룹 외 다른 OEM과의 관계 확장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정 센터장은 “각 나라별, 회사별로 SW에 대해 갖고 있는 기준도 다르고 현대오토에버는 여기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외 다른 OEM사와도 협업을 모색해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차종을 SDV로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개발한 모빌진의 시장에서 중요성도 점차 커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이에 맞춰 사세를 확장하고, 사장이 주재해 소프트웨어센터 간 매주 회의를 진행하는 등 SDV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정 센터장은 “현재 차량전장SW센터만 400명 정도의 인력이 있는데, 내년도에는 이를 500명까지 늘린다는 것이 목표”라면서 “차량전장SW센터만이 아니라 SDx 등 다양한 다른 분야와 대화하면서 SDV시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