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은행 이자이익 지난 10년간 한 차례도 줄지 않아
“갈수록 이자 더 받아” 대출금보다 이자이익 30% 더 늘어
비이자이익 확대 방침에도 이자이익 비중 90%대 넘어서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강승연 기자] 금리가 오르며 서민들이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사이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배를 불린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이익이 늘었고 특히 이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심지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올해도 은행들은 시장 기조를 거스르고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특히 치솟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를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즉각 인하하며, 소비자를 고려한 사회적 역할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13일 헤럴드경제가 주요 시중은행의 10개년 실적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거둔 이자이익은 33조6264억원으로 지난 2015년(17조4186억원)과 비교해 16조2078억원(9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도 채 되지 않아 예대금리차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두 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이자이익은 매년 단 한 차례도 줄어들지 않았다. 통상 은행업은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에 이익이 늘어나고 하락하는 기간에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최저 0.5%에서 최대 3.5%로 등락을 지속하는 동안, 이자이익은 매년 최소 4%에서 최대 23%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 기간 쌓은 이자이익만 234조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대출금이 늘어난 영향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규모는 1203조8022억원으로 지난 2015년 말(738조2526억원)과 비교해 465조5496억원(6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93%가량 증가했다. 대출금 증가 규모보다 약 30% 포인트 많은 이자이익을 수취해 온 셈이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
전체 순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도 나날이 높아졌다. 지난 2015년 기준 4대 은행의 총 영업이익(20조8414억원) 중 이자이익(18조582억원) 비중은 81.7%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총 영업이익(36조3040억원) 중 이자이익(33조6264억원) 비중은 92.6%로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지난 2022년에는 이자이익 비중이 94.7%까지 치솟았다.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의 성장 없이 이자이익 확대만으로 순이익을 크게 늘렸다. 혁신사업 없이 예대마진에 기대 돈을 번 것이다. 4대 은행의 2023년 누적 순이익은 12조3114억원으로 지난 2015년(4조770억원)과 비교해 8조2343억원(201%) 증가했다.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순이익이 세 배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4조473억원에서 3조2581억원으로 8000억원가량 줄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며, 시장금리가 하락한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4대 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조97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가량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이익 또한 25조6681억원으로 1년 새 2% 늘어났다. 주담대 중심의 대출 성장이 이어지면서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었지만,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막대한 예대금리차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는 정부 기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존 차주 등 다수 소비자를 위한 이익 환원 정책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주요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틈타 예·적금 금리를 즉각 인하하며 수익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들이 은행을 통해 얻는 이익은 줄이고, 지급해야 하는 비용만 늘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 은행업은 해외와 비교해 수수료이익 비중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계좌 유지 수수료 등 은행 업무와 관련된 수수료 이익 비중이 적은 데다,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등 혜택도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이자장사’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디지털혁신이나 해외진출 등을 이뤄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자이익만 콕 집어 늘린 현실을 고려하면, 실질적 노력 없이 ‘공수표’만 남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일례로 ‘이자장사’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해외법인 실적 또한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순이익 중 해외법인 실적 비중은 4.8%에 불과해, 2014년 전체 해외법인 실적 비중(10.2%)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 수 또한 지난해 말 기준 202개로, 외환 위기 이전인 1997년(257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쉬운 이익 창출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비이자이익 관련 규제를 해소해 은행의 수익 다각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은행의 투자자문법 확대 및 신탁업 혁신을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벤처투자 활성화 등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권 또한 투자일임업 허용 등을 건의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규제 해소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은행의 타 산업 진출 시 우려되는 부작용 등 우려 사항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재 비이자 업무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나 수수료 감면 등으로 정체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과 함께 진출하거나, 국내 경험을 토대로 선점할 수 있는 지역을 찾는 등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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