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AI 거물’ 두 남자의 진한 포옹…한때 강국 ‘일본 부활’ 위해 다시 손 잡았다
뉴스종합| 2024-11-13 17:14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3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서 “과거 손정의 회장이 엔비디아 대주주였다”고 소개하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웃으며 젠슨 황 CEO의 품에 안기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현일·김민지 기자] “과거 마사요시 손(손정의)은 제게 ‘시장이 엔비디아의 가치를 몰라보고 있다. 당신이 만들어 내는 미래는 정말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저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와 함께 놀라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합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소개하며 그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현재 인공지능(AI) 산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두 사람은 이날 30여분 간 마주 앉아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한때 대주주’ 손정의와 친분 과시…지분매각 두고 농담도

황 CEO는 손 회장이 등장하자 “컴퓨터 산업이 PC에서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거쳐 AI로 발전하는 동안 각 세대별 모든 위너(당대의 최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유일한 기업가이자 혁신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과거 손 회장이 엔비디아에 대해 ‘미래를 개척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고통의 여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황 CEO의 사업을 격려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이어 황 CEO는 “우리는 과거 두 회사(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를 합치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었다”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지만 한때 손 회장은 엔비디아의 대주주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회장이 울상을 지으며 황 CEO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자세를 취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앞서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7년 엔비디아에 40억달러를 투자하며 4대 주주로 등극했다가 2019년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며 주가가 30배 폭등했다. 손 회장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 CEO가 이날 “울어도 된다”며 손 회장을 안아주면서 대담 시작 전부터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대담 중에도 “만약 지금 손 회장 당신이 엔비디아의 대주주라면”이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자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젠슨 황 “세계 선도했던 日, 지금은 아쉬워”

손 회장과 마주 앉은 황 CEO는 한때 가전과 반도체 산업에서 강국으로 불렸던 일본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일본의 위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일본의 기술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이 결합한 메카트로닉스 시대를 주도했다. 그 시대의 가전 제품조차도 일본이 세계를 선도했다”며 “그러나 지난 30년간 서양과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번성하는 동안 일본은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도 완전히 공감한다며 그 배경으로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제조업 문화 ‘모노즈쿠리’를 언급했다. 손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신뢰하지 못하는 일본의 문화가 이어진 데다 인터넷 버블로 일본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의욕이 꺾이며 그러한 사고방식이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대담을 나눴다.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두 거물 일본 산업 부활 위해 ‘AI 동맹’

두 사람은 일본 산업의 부활을 위해 AI 인프라 구축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황 CEO는 “인프라가 없으면 AI 산업 실현도 어렵다”며 소프트뱅크가 담당하는 AI 인프라 구축 역할을 강조했다.

황 CEO는 이날 대담에 앞서 진행한 1시간의 기조연설에서 이와 관련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플랫폼을 사용해 차기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레이스 블랙웰의 개념은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엔비디아 GTC’에서 소개됐다. 황 CEO는 당시 GB200을 들어 보이며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CPU) 1개와 블랙웰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개를 연결한 슈퍼칩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통신사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에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역에 AI 모델을 배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일본의 연구자들과 학생, 스타트업들이 일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황 CEO는 이날 손 회장이 꿈꾸는 일본 AI의 미래를 물었다. 손 회장은 “스티브 잡스가 ‘모든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을 강조했듯 저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개인 AI 에이전트(AI 비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로보틱스와 메디컬솔루션 등에서 기회를 강조했다.

황 CEO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소프트뱅크와 놀라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일본에서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일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서 자사 인공지능(AI) 가속기 ‘그레이스 블랙웰200(GB200)’을 소개하며 SK하이닉스의 HBM3E가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젠슨 황 “SK하이닉스가 HBM3E 공급” 직접 언급 눈길

황 CEO는 이날 자사 AI 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소개하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가 탑재돼 있다”고 말했다. HBM3E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으로,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8단에 이어 12단 제품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하며 엔비디아의 AI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이크론도 올 상반기부터 8단 HBM3E를 소량 납품 중이다. 이번 황CEO의 언급으로 엔비디아가 2개 사로부터 HBM을 납품받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을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했다. 최근 8단 HBM3E 제품 공급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E 8단·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면서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 마이크론 5.1%로 분석된다. 내년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467억달러(약 65조원)로 올해(182억달러) 대비 156% 급증할 전망이다. D램 내 HBM 비중도 올해 20%에서 내년 3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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