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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힘들어도, 은행은 불황이 없다"…‘땅 짚고 헤엄치기' 실적잔치[약탈자가 된 은행]
뉴스종합| 2024-11-13 17:40
서울 용산구에 설치되어 있는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은행팀] 지난 10년간 금리 등락과 상관없이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수차례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예대마진을 줄일 것을 요구해왔지만 올해도 역대급 실적 잔치가 예고되면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이 국가가 부여한 라이센스로 독과점 체계란 특혜를 입고 있음을 감안하면, 고금리로 인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외면하고 은행 곳간만 불렸다는 따가운 시선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수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횡령사고가 이어지는 데 반해 자화자찬의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면서, 고객 돈(수신)을 꿔줘(여신) 이익을 늘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로 탐욕적 경영에 나섰다는 손가락질도 이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합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6조5805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KB금융이 4조3953억원을 벌어들였고, 신한금융(3조9856억원), 하나금융(3조2254억원), 우리금융(2조6591억원), NH농협금융(2조3151억원) 등도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냈다.

3분기 중 시장금리가 하락했지만 가계·기업대출 자산 증가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들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7조6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이 번 이자이익이 31조4383억원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83.6%에 달한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금리 등락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커졌다. 지난 10년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거둔 이자이익은 234조에 달한다. 금리 인상기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적금 금리는 천천히 올리는 방식으로, 또 반대로 금리인하기에는 대출 금리는 천천히 내리고 예적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는 방식으로 쉽게 돈을 벌었다.

올 3분기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다며 대출금리를 20여차례 인상하면서 이자이익 성장으로 이어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최근 은행 이자이익과 관련해 “은행이 혁신을 통해 거둔 이익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한 결과로 이익을 거뒀지만, 은행은 혁신이 있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전했다.

이자이익을 거두게 된 대출 대상도 문제시되고 있다. 주택을 담보로 잡는 가계대출이나 부실 위험이 낮은 대기업대출 위주로 대출이 나가다 보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에 필요한 자금이 흘러가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1년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율은 각각 21.5%, 7.1%로, 3배 차이가 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권 자금흐름에서 손쉬운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은 확대되는 반면, 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일침을 놨다.

이익 규모에 비해 후진적으로 평가받는 은행의 내부통제와 조직문화도 되짚어볼 대상이다. 매년 횡령·배임 등 은행권 금융사고가 30~40건씩 터지고 있고, 올해도 8월까지 총 38건이 보고됐다. 또 건당 사고금액이 지난해 696억원에서 올해 1137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도 커지는 추세다. 금융사고액이 커가는 동안 주요 은행장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긴 했지만, 책임지는 이 하나 없었다는 것도 선진 금융과는 거리가 멀다.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가 임원의 내부통제 책무를 규정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돌입했지만, 조직문화 차원으로까지 안착되려면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의 이면에 자리한 ‘금융 소외’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대중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점포를 줄이면서 노인·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이나 지방 지역의 금융 접근성 저하 문제가 대두됐다. 6월 말 현재 17개 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총 5713개로, 2020년 말(6404개)에 비해 700개 가까이 감소했다. 예·적금 등 대부분의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 비중이 대면 비중을 넘어서면서 비대면 고객에게 차별적 혜택을 적용하는 ‘대면 페널티’도 생각해 볼 문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은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게 돈을 옮겨주고 그 과정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사회적 생물의 역할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자금의 융통’이라는 기본적 책무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 상반기 30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영업이익은 혁신을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돈을 잘 빨아들였기 때문”이라며 “독과점 사업 형태를 띄는 금융 산업에서 은행간 경쟁이 약화되며 자원 배분 왜곡도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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