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민주, 상법개정안 당론 채택...재계 “경영위축 우려”
뉴스종합| 2024-11-15 11:31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폐지 방침을 정한 뒤 후속 조치 성격이다. 경영계에선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오기형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은 1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추진 법안은) 사소한 문구 관련된 정리 정도 남아 있다”며 “아직 발의가 되진 않았는데 이정문 의원 대표발의안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할 계획이다.

현행 상법 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해당 조항에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회사에 대한 의무 외에 주주에 대한 의무를 포함시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14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의 충실의무가 지금 가장 중요한 조항”이라며 “기존에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총 논의 과정에서) 382조의3항으로 신설하는 조항에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 부분에서, 특정 주주가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배임주주를 생각하고 법안을 만든 건데 혹시라도 특별한 주주들 지분이 많거나 특정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 명문화 외에 전자 주총 의무화, 독립이사 의무화,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도 담겨 있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민주당의 이 같은 상법 개정안 추진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8단체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 결정 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제계는 민주당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제 단체들은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 경쟁력 하락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국부를 유출시켜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며 “지금은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이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논리적 모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소액 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다. 이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정책위의장은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사모펀드 등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실제로 주주가 어려움을 겪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확히 지적해서 고쳐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일반론으로 확대해서 모든 기업에 대한 주주 충실 의무로 하는 경우에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주주 간에 갈등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대용·김현일·김해솔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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