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View] ‘보통 사람’ 장혁, 전적이 화려한 선수의 묵직한 한방
뉴스| 2017-03-27 11:00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배우가 인생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그렇지만 그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깊게 각인되는 순간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장혁은 억울할 정도다.

드라마 ‘추노’를 통해 장혁은 대길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그 해 연기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많은 캐릭터를 만났지만 대길이의 그림자가 너무 큰 탓에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OCN ‘보이스’에선 수사하는 대길이라는 평까지 듣기도 했다.

“강력계 형사지만 골든타임팀이라서 사전 예방 및 검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시끄러운 곳에서 빠르게 말을 전달하다 보니까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말이 빨라지고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을 하는 것도 다행이었다.(웃음) 40대 초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놓아야 할 때 좋은 작품이었다.”

■ 장혁 “제 색깔을 왜 지워야 하나”

데뷔한지 20년을 맞았지만 장혁은 여전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했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장혁은 곳곳에 자신이 본 영화와 배우들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렸을 때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한 길을 파는 게 맞는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맞는지였다. 근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작품에 맞으면 되는 거더라. 사람이 바뀌는 게 전 바로 안 된다. 최소한 3~4년은 걸리고 경험도 하고 톤도 바뀌어야 한다. 포텐셜이 어디서 터질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부분이 있을 거다.”

이미지중앙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만 장혁은 그럼에도 웃으며 “대길이는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스펙트럼은 넓히겠지만 자신이 가진 색깔은 살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태현인 뭘 해도 견우라고 한다. 어떤 배우를 보면 작품수를 떠나 인상적인 작품이 있고 그 작품을 벗어날 수 없다. 그걸 가지고 있다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분명 그 사람의 색인 것 같다. 그게 제 주색깔이다. 그걸 왜 굳이 지워야 하는지, 그게 연기의 미덕인지 모르겠다. 그게 저한테 맞는 것 같다. 변화도 주고 장르 선택을 해야 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걸 안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억울함은 있다. 액션 장인으로 불리며 액션 연기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는 장혁은 자신의 모든 액션이 절권도 같다는 의견엔 반박했다. 스턴트맨도 인정한 액션 연기라며 당당하게 자신감을 내비쳐 웃음을 선사했다.

“20년간 액션을 배웠고 지금 복싱도 7~8년 정도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스턴트 하시는 분들과 액션은 비슷하게 한다. 이건 그분들에게 인정받은 부분이다.(웃음) 진짜 억울하다. 제가 가르친 스턴트맨 동생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제가 하는 건 다 절권도라고 한다. 단지 손으로 하는 기술이면 절권도라고 하더라. 제가 절권도를 오래 했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식이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보일 까봐 두려워하기 보단 제대로 하는 게 낫다. 저흰 누군가에게 캐스팅 당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가 전문적으로 하는걸 보여주고 개척할 수 있는 부분은 개척해야 한다.”

이미지중앙

사진=싸이더스HQ 제공


■ 장혁의 시도 ‘보통 사람’

그렇기 때문에 장혁에게 이번 작품인 ‘보통 사람’의 의미는 남다르다. 1987년, 열심히 범인 잡아 국가에 충성하는 강력계 형사이자 가장 성진(손현주)이 안기부가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깊숙이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보통 사람’에서 장혁은 안기부 실장인 규남 역을 맡았다. 사이보그처럼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래서 더 악랄하다. 깊은 감정을 드러냈던 장혁의 캐릭터와는 다르다.

“원래 시나리오상에선 내지르는 부분도 있고 조용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근데 기존의 안기부에서 나온 캐릭터랑은 다른 연기를 하길 원했다. 뭔가 부드럽고 말투도 권유형이다. 이 사람이 영화에선 지시만 내릴 뿐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감독님한테 두 신 정도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게 초반 교수님과의 만남과 검찰 심문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안기부 캐릭터를 연기하신 분들을 봤는데 특유의 분위기와 찍어 내리는 말투가 있더라. 그게 공통적이라 전형적인 건 피하면서 다른 걸 넣으려고 고민했다. 그렇게 톤을 잡다 보니 느리게 움직이면서 캐릭터가 조금씩 입혀졌다.”

장혁이 맡은 규남은 조근조근한 말투에 당시 상황과 맞물려 특정 인물이 떠올리기도 한다. 이에 장혁은 절대 성대모사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바람의 소리’라는 영화 속 고문 기술자를 레퍼런스 삼았다고 밝혔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특정 인물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성대모사를 하진 않았다. 사실 ‘보이스’ 촬영 중이라서 신문을 통해 그 분의 얼굴은 알았지만 청문회를 챙겨 볼 시간은 없었다. 잠도 못자는 상황이라 유행가도 모른다. 뉴스를 보긴 했지만 작품에 들어간 시기엔 버퍼링이 느릴 수밖에 없다.”

데뷔 20년째지만 장혁은 영화제는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여러 작품을 했고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다음 작품 촬영 때문에 시상식과는 연이 없었다. 다작 배우 답게 올해에만 장혁은 ‘보이스’와 ‘보통사람’으로 두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작품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휴식기가 없어도 전혀 지치지 않아 보였다. 이야기의 끝은 복싱으로 연결될 만큼 복싱 마니아인 장혁의 연기론도 복싱과 닮았다. 링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계속된다.

“너무 다작하는 것 아니냐고도 말을 하시는데 복싱으로 비유를 하자면 전적이 화려한 선수가 치열하게 살지 않았나 싶다.”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