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다영의 읽다가]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는 삶의 함정
뉴스| 2018-02-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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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한 백만장자가 어느 날 아침 해변을 걷다 고기잡이 배에서 내리는 어부를 만났다. 어부가 잡은 물고기는 탐날 정도였고 백만장자는 그에게 큰 성공을 주고 싶었다. 어부는 자신의 삶에 별다른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새벽에 잠깐 나와 하루치의 생선을 잡아 팔고, 이후의 시간은 가족 혹은 친구들과 보내는 일과가 평화롭고 만족스럽다는 어부에게 백만장자는 자신이 어부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유혹한다. 어부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백만장자는 어부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더 많은 고기를 잡고 유통업계를 잡아 큰 수익을 벌어들이라고 청산유수로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이지만 어부는 대저택, 슈퍼카에도 떨떠름한 반응이다.

어부의 반응에도 백만장자는 잠시만 바쁘면 모든 걸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설득하고 결국 어부는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죠?” 그 물음에 백만장자는 이렇게 답한다. “은퇴한 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친구들과 여유로운 술자리를 가지며…”

결국 지금 어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백만장자 이후의 삶. 자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겨줄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의 인생으로는 어부는 기를 쓰고 백만장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 일화는 ‘언젠가’만 되뇌이며 쳇바퀴 같은 삶 속에 오늘을 버리는 이들에게 전하는 일침이다.

여기에 더해 팀 페리스는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통해 수동적인 근로자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력적인 유혹이다.

하루 14시간씩 일하던 팀 페리스는 이미 창업을 한 상태였고, 일에 잠식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나온 인물이다. 팀 페리스가 말하는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하루가 아닌 ‘주 4시간’을 뜻한다. 이게 가능할까? 자신의 인생이 일에 짓밟혔다는 걸 깨달은 그는 주저없이 불필요한 업무를 버렸고, 고정된 책상 앞을 떠났다. 직원들에게 상세한 지침과 권한을 줌으로써 자신이 개입해야 할 지점을 줄였고 원격비서를 둬 자신이 할 일을 줄였다. 꼼꼼한 계획표를 작성해 인생의 즐거움과 이를 뒷받침할 수입까지 동시에 해결했다. 그렇게 주 4시간만 일하고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 남들은 은퇴 후에나 꿈꿀만한 삶을, 돈을 벌면서 살아가는 이른바 ‘뉴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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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는 4시간만 일한다' 책표지)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자신과 연관된 일을 다 하려는 의무감과 욕심을 버리라 말한다. 꼼꼼한 계획표를 작성해 하루와 인생을 짜 맞추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언젠가’라는 말이 얼마나 달콤하고 위험한 자기변명인지를 일깨운다. 알 수 없는 30년 후를 위해 지금을 버리는 짓은 어리석다는 일침은 일상에 마비된 정신을 깨어나게 한다.

그러나 ‘나는 4시간만 말한다’에 담긴 저자의 가이드에는 현실 불가능한 지점들이 많다. 단적으로 ‘주 4시간만 일한다’는 것은 현금과 시간, 그리고 빛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가능한 꿈이다. 저자 역시 막대한 거액은 아니지만 꿈을 실현할 현금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들이 먼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도 있어야 한다.

만약 특히 별다른 창업 아이템이 없다면? 저자는 주저없이 원격근무를 요청하라 조언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아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사를 설득하고 스스로 증명해낸다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조언이다.

현실은 어떤가. 지금 내가 속한 팀의 상사, 내가 소속된 회사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좇기도 벅찬데 원격근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인가? 현실적으로 말을 꺼내볼 용기도 나지 않을 이들이 대부분일 터다. 더욱이 원격근무 자체가 불가능한 직종도 많기에 팀 페리스식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려면 현재의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너무도 유혹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책이 드러내는 한계다. 실제 독자들 중에도 자신의 가능성과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며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이가 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는 이들도 많다. 이 책은 개개인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실천법에 있어서는 배울만한 점이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조언은 불필요할 뿐이다. 만약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창업을 한 상태의 독자라면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는 얻어갈 부분이 훨씬 많다.

368쪽의 책이지만 무겁지는 않다. 시원시원하고 확신에 찬 저자의 어투는 가독성을 높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개개인별로 읽기 수월한 책이 될 수도 있고 중간에 내려놓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고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나 받아들일 만한 점들만 골라 읽는다면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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