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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잇 수다] 에릭남, 스스로 벗은 ‘타인의 틀’
뉴스| 2018-04-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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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속사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이미지 메이킹’은 흔히 연예인이 소속사의 리드 혹은 스스로의 판단 하에 본인에게 씌우는 프레임을 말한다. 대중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거나 혹은 일부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릭남의 경우는 달랐다. ‘에릭남’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수식어는 ‘달콤’ ‘로맨틱’ ‘스윗가이’ ‘젠틀’ 등이다. 정작 그가 직접적으로 내뱉은 적은 거의 없는 단어들이다. 에릭남이 아니라 미디어와 대중이 그에게 부여한 틀이라는 뜻이다.

간혹 에릭남을 둘러싼 시선들을 보며 조금은 답답했다. 미디어와 대중이 연예인에게 얼마나 편협적인 ‘착함’의 잣대를 들이대는지를 느끼게 한다. 물론 인성은 중요한 요소다. 에릭남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에릭남이 그간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 매너와 배려 등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다만 에릭남은 가정교육을 받아온 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당연한 행동을 하는 것뿐인데 오히려 주변에서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며 부자연스럽게 만든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그저 바르게 잘 자라온 청년의 자세다. 이는 에릭남이 지닌 매력 중 한 가지이면서도 반대로 에릭남을 온전하게 대변하지는 않는다. 분명 에릭남이라는 사람 안에는 다양한 면모가 존재할 텐데 한가지 모습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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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속사 제공)



■ 타인이 정해버린 틀, 마음의 짐으로 남을 뿐

‘에릭남=달콤하고 로맨틱한 사람’이라는 공식은 정해진 모양새다. 미디어는 이를 에릭남의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 그래야 방송이 원하는 그림대로 흘러가는 이유도 있을 터다. 그러니 에릭남을 인터뷰하는 MC들의 멘트나 에릭남에게 주문하는 것들은 당연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디어가 만들어낸 장면은 대중의 시선에도 영향을 끼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색안경으로 인해 에릭남의 또 다른 모습들은 지워졌다.

물론 이런 이미지로 에릭남이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으로서 매력을 구축할 수 있었고, 대중에게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가수의 입장에서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 끼쳤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아티스트에게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바라는 이미지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날은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

실제로 에릭남은 쇼케이스 자리에서 “달콤한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방송에 나갈 때마다 부담이 조금씩 있긴 했다. 기대에서 벗어나면 대중이 실망할 테니 말이다”라고 털어놨다.

특정한 의도 하에 이뤄져 치밀한 계산이 된 이미지 메이킹은 자신이 원하던 모습이든 아니든 어느 정도 ‘성공’이라는 게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이 정해버린 이미지 메이킹은 오히려 답답한 틀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대중과 미디어의 긍정적인 시선이 에릭남에게는 다소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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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쎄씨 제공)



■ 에릭남의 진짜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

그래서 에릭남에게 큰 매력을 느낀 순간은 오히려 이 짐을 조심스레 내려놓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다. 그 결과는 에릭남이 최근 발매한 새 미니앨범 ‘어니스틀리(Honestly)’에서 드러났다. ‘어니스틀리’는 멕시코의 열정적이고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앨범이다. 여기에서 에릭남은 보다 섹시하고 여유로우며 터프하다.

의외의 모습이라고 불릴 만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변신’보다 ‘도전’이 더 적절한 말처럼 보인다. 에릭남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계산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에릭남은 로맨틱한 이미지 역시 자신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도전’은 새로운 콘셉트의 도전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이제야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다.

에릭남은 이번 앨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 앨범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려요. 이제야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그간 작업을 하며 ‘이건 너무 팝 같아서 안 돼’ ‘이건 너무 외국스러워서 안 돼’ 같은 말을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걸 다 덮고 ‘이건 이렇게 할게요’라고 내 의견을 많이 냈어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밀고 나가야할 것들을 다잡았어요”

에릭남의 눈앞에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이미 형성된 이미지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지만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궤도, 그리고 조금은 위험하지만 주체적으로 정체성을 구축해가며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낯선 경로다. 에릭남은 후자를 택했다.

에릭남은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는 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쇼케이스 당시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하던 그의 표정이 선명하다. 에릭남은 타인이 씌운 프레임을 스스로 벗어던졌고, 덕분에 진짜 자신다운 또 하나의 자아를 찾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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