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방송 잇 수다] 유튜브로 간 연예인, TV로 온 크리에이터
뉴스| 2018-07-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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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라이프' 포스터(사진=JT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TV와 1인 미디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오늘(6일) JTBC의 새 예능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하 랜선라이프)’이 처음 방송한다. ‘랜선라이프’는 유튜브에서 ‘핫’한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다. 대도서관·윰댕 부부와 밴쯔·씬님 등이 출연한다. 유튜브를 즐겨본다면 누구나 알 법한 스타들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MBC ‘라디오스타’는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와 축구방송 BJ 감스트를 게스트로 초대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감스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MBC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tvN ‘놀라운 토요일’에는 먹방 BJ 입짧은 햇님이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른 결과다. 교복 브랜드 엘리트학생복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학생 10명 중 7명이 주 1회 1인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히 청소년들만의 문화는 아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업은 10대부터 40대까지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유튜브라고 발표했다. 젊은 세대로 한정됐던 1인 미디어의 시청자층이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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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 윤보미(사진=유튜브 채널 '뽐뽐뽐')



■ 현역 아이돌도 유튜버 병행, 스스로 콘텐츠가 되다

요즘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가 크리에이터다. 한때 가장 선망받던 연예인을 제쳤다. 이에 따라 연예인들의 장래희망도 크리에이터가 된 모양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 진출하는 연예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유튜버로 데뷔한 아이돌도 있다. 에이핑크 윤보미가 지난 4월 만든 채널 ‘뽐뽐뽐’이다. 3개월도 안 되어 구독자 수 25만 명을 돌파했다. 이를 기념해 윤보미는 최근 첫 생방송에 나섰다. 실시간 채팅으로 팬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소통했다. 뷰티 유튜버가 제2의 꿈이었다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도 지난해부터 채널 ‘모찌피치(Mochipeach)’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뷰티 관련 내용 외에도 ASMR·여행·노래 커버 등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왔다.

연예인에서 아예 개인방송 진행자로 전향한 이들도 적잖다. 보이그룹 엠블랙 지오나 매드타운의 호, ‘미달이’로 유명한 아역 출신 배우 김성은과 얼짱 출신 배우 강은비 등이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연예인 시절 추억을 공유하는 토크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모았다.

특히 1인 미디어 진출이 활발한 분야가 코미디계다. 공개 코미디가 침체하면서 희극인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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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사진=유튜브 캡처)



그 선두에 강유미가 섰다. 강유미는 현재 유튜브에서 ‘좋아서 하는 채널’을 운영 중이다. 2015년 개설해 42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6일 기준) 뷰티·리뷰·먹방·일상·더빙·ASMR 등 1인 미디어 인기 콘텐츠에 자신만의 개그를 보태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강유미는 2011년 미국 유학을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었다. 한동안 TV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이에 대중도 점점 그를 잊는 듯했으나 ‘좋아서 하는 채널’을 통해 강유미를 재발견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 김준호의 ‘얼간김준호’ 김민경의 ‘민경장군’ 김지민의 ‘지민롭’ 홍윤화·김민기 커플의 ‘꽁냥꽁냥’ 등 채널이 유튜브에 개설된 상태다. 개그 외에도 쿡방·뷰티·먹방 등 각자 자신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통해 재능을 뽐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송은이와 김숙은 팟캐스트 채널 ‘비밀보장’으로 시작해 유튜브에 ‘비보TV’를 개설하며 영역을 넓혔다. 이들의 기획으로 탄생한 프로그램 일부가 TV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도 했다. 온라인 인기가 바탕이 됐다. 진행자의 성추문으로 폐지됐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표적이다. 현재 올리브에서 방송하는 ‘밥블레스유’도 송은이가 공동 기획자로 나섰다. 이에 ‘비보TV’에서는 ‘밥블레스유’의 비하인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김숙은 지난 5일 ‘랜선라이프’ 제작발표회에서 “20년 넘게 연예인을 하면서 우리가 잘리지 않는 방송을 만들고자 (개인방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숙의 발언은 1인 미디어에 진출한 연예인의 마음을 대변한다. 꽤 오랜 시간 연예인의 존재는 방송사나 제작사에 의해 선택받고,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들이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개인이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자체로 발돋움하게 된 것. 아울러 TV를 통해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은 연예인들의 진출은 1인 미디어 산업의 확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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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와 김숙의 '비보TV'(사진=공식 SNS)



■ 1인 미디어의 TV 역진출, 이유는?

1인 미디어의 인기는 이미 보장됐다. 유행에 민감한 방송사가 너나 할 것 없이 크리에이터를 출연자로 기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TV에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랜선라이프’의 네 출연자는 유튜브 구독자 최소 80만, 최대 25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이들의 영향력은 TV 스타에 버금간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능력도 충분하다. ‘랜선라이프’라는 TV 프로그램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 리얼리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1인 미디어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대도서관은 “1인 미디어와 TV가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랜선라이프’ 제작발표회에서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취미와 관심사가 무한대로 늘어났다. TV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욕구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래서 등장한 게 1인 미디어다. 따라서 1인 미디어는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를 얻는 데는 적합하지만, 모든 세대에 미치는 파급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

아울러 우리 사회는 아직 1인 미디어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생긴 선입견도 상당하다. 이에 ‘랜선라이프’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갖기 쉬운 오해나 이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편견을 깨는 소통의 창구 구실을 한다는 취지다. ‘랜선라이프’의 이나라 PD는 “촬영을 하면서 놀랐다. 크리에이터들이 한 방송을 위해 생각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랜선라이프’를 통해 1인 미디어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면을 보여주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리에이터들의 멋진 철학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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