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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백] 시청률 47%의 전설, 돌아온 'TV는 사랑을 싣고' 성공 가능성은?
뉴스| 2018-10-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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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KBS 교양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가 부활했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지난 1994년 5월 23일 첫 선을 보인 후 2010년 5월 8일 막을 내릴 때까지 총 805회에 걸쳐 방송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유명인들과 일반인 출연자들의 학창시절 친구, 첫사랑, 은사 등 특별한 인연을 제작진이 직접 찾아나서 재회를 주선하는 포맷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하며 꾸준한 지지를 받았다. 아쉬움 속에 종영한지 8년만에 돌아온 ‘2018 TV는 사랑을 싣고’는 예전의 잔잔한 감동을 다시금 선사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온기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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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 "친구야~ 선생님~" 시청자도 함께 울고 웃은 코끝 찡한 재회


제니퍼 러쉬(Jennifer Rush)의 ‘더 파워 오브 러브’(The Power Of Love) 한 소절이 이 프로그램을 대표한다. 스타가 오매불망하던 지인의 이름을 부르고 재차, 삼차 이름이 호명된 후 바로 이 곡이 흐르며 그날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화려하고 도도하기만 했던 스타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떨리는 목소리, 눈물 가득한 눈빛, 감격스러운 포옹은 시청자들도 함께 울컥하게 만들었다.

노래 한 소절만으로 프로그램이 생각나도록 만든 ‘TV는 사랑을 싣고’는 무려 16년 간 안방극장을 찾았다. 다양한 시청층에 고루 어필했고 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사랑받았다. 방영 초기 오후 11시 시간대에 편성됐고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분위기의 심야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후반에는 시청률이 30~40%대(최고 시청률 47%)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처음 사생활 침해 문제 등으로 협조를 꺼리던 경찰청 역시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를 인정, 스타의 지인을 찾는 데 기꺼이 도움을 제공했을 정도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의뢰인이 보고 싶어 하는 추억 속 인물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이 그들의 사연에 빠져들게 했다. 요즘보다 인터넷 접근성이 낮고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더욱 인기가 높았다. 예전 주소를 적은 수첩이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만을 들고 의뢰인이 살았던 동네와 출신 학교 등을 직접 발품 팔아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부족해 추적에 실패하거나 사망 혹은 이민 등 여러 사정으로 스타의 지인이 스튜디오에 나오지 못하면서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실패 역시도 시청자들의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큰 사랑을 받았지만 장수 프로그램의 고질적 병폐는 뛰어넘지 못했다.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선함이 반감되고 소재 고갈 문제가 발생한 것. 가장 큰 문제는 출연할만한 연예인들이 없다는 점이었다.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미 출연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 프로그램을 한번씩 거쳐갔기 때문. 이런 문제로 젊은 연예인들이 출연하기 시작하며 감동의 크기가 줄었다. 수십 년 간 애틋하게 그리워해온 이들의 사연과 단 몇 년 연락이 닿지 않은 이들의 사연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공감의 격차는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4년부터 연예인과 일반인 출연자 비중을 나누는 과정을 거쳐 아예 일반인 출연자 사연으로 꾸리는 등 변화를 거듭했지만 전성기 인기는 회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청률 47%의 전설은 16년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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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방송화면)



■ 스튜디오 떠난 ‘2018 TV는 사랑을 싣고’, 8년 전 감동은 그대로


현실적 벽에 부딪혀 안녕을 고한 ‘TV는 사랑을 싣고’는 새 옷을 갖춰 입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안고 부활했다. 황용호 방송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2018 TV는 사랑을 싣고’는 예전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트렌드를 덧입혔다.

지난달 28일 첫 선을 보인 ‘2018 TV는 사랑을 싣고’는 어땠을까. ‘2018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스튜디오 분량을 과감히 포기했다는 점이다. 기존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스튜디오는 의뢰인과 그가 그리워하는 추억 속 주인공이 재회하는 장소였다. 반면 ‘2018 TV는 사랑을 싣고’는 의뢰인과 진행자가 함께 사연의 주인공을 찾아나선다. 스튜디오가 아닌 ‘TV는 사랑을 싣고’ 전용차에서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이야기 나누며 추억의 장소들을 함께 둘러보고 의뢰인이 직접 찾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구성이다. 시청자들이 기존 ‘TV는 사랑을 싣고’를 볼 때와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꾀했다.

변하지 않은 점은 ‘TV는 사랑을 싣고’가 담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TV는 사랑을 싣고’가 인기를 얻던 시기와 달리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SNS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쉽게 사람을 만나고 찾을 수 있다. 이런 시대에 ‘2018 TV는 사랑을 싣고’는 예전처럼 발로 뛰며 사람을 찾는 방식을 택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오프라인에서 보고 싶은 인연을 직접 찾아 나서 천천히 예전의 추억을 더듬고 그 감정을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실제로 ‘2018 TV는 사랑을 싣고’의 첫 의뢰인인 박수홍의 지인을 찾는 데는 두 달여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의뢰인들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 지인을 찾는 과정에서 지인과의 추억을 하나하나 더듬으며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아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 최첨단 시대에 일부러 발품을 파는 방식은 요즘 세대에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워낙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점도 부활한 프로그램을 '식상하다' 치부하는 요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8년 전 카드를 호기롭게 꺼내든 KBS가 얼마나 똑똑하게 프로그램의 장점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방송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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