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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잇 수다] 허물어진 ‘드라마 왕국’ 경계… 너도 나도 오리지널?
뉴스| 2018-10-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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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탑매니지먼트'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한국의 ‘드라마 왕국’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드라마 왕국’이라는 별칭은 지상파 3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JTBC와 tvN으로 대표되는 종합편성 및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인기가 지상파를 넘어서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를 발판삼은 듯 드라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비지상파 채널 및 플랫폼이 늘어난 것.

제작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도 그중 하나다. 유료 구독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해온 유튜브가 마침내 한국 드라마 시장에도 발을 들인 것. 31일 공개되는 ‘탑매니지먼트’다.

동명의 웹소설을 리메이크한 ‘탑매니지먼트’는 유튜브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드라마다.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와 차세대 배우 안효섭·서은수 등을 주연으로 기용, 한류 문화의 중심축인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최근 K팝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그 팬들을 타깃 시청자로 특정, 이를 통해 유튜브 유료 서비스 구독자의 확대를 노리는 모양새다.

유튜브가 기대하는 것은 ‘K팝 콘텐츠’의 힘이다. 유튜브는 드라마에 앞서 선보인 ‘달려라, 빅뱅단!’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 등의 오리지널 예능 및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공개된 ‘달려라, 빅뱅단!’은 1000만 구독자와 47억뷰를 기록했으며, ‘방탄소년단: 번 더 스테이지’도 구독자 수 1100만명, 조회수 16억건의 기록을 세운 바.

이와 관련해 유튜브 APAC 오리지널 책임자인 네이딘 질스트라(Nadine Zylstra)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에 어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드라마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 “탁월한 감독·작가·배우들이 포진된 덕분에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느꼈다며 ‘탑매니지먼트’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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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W '시간이 멈추는 그때' 옥수수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 포스터)



비단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KBSN의 여성 전문 채널 KBS W가 처음 내놓은 오리지널 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의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도 한류의 영향력에 기대고 있다.

그중 ‘시간이 멈추는 그때’는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 김현중을 캐스팅해서다. 그는 전(前) 여자친구와의 스캔들이나 음주운전 등의 물의를 빚어 한동안 국내 활동을 중단했었다. 특히 전 연인과 법정 공방까지 치닫은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멈추는 그때’ 합류를 결정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청자가 적잖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김현중이 캐스팅된 배경에는 그의 해외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김현중은 각종 논란 이후에도 국내를 포함, 남미 3개국과 일본·태국·홍콩 등에서 팬미팅 투어를 펼치는 등 굳건한 팬덤을 자랑한 바. 이에 힘입어 ‘시간이 멈추는 그때’ 역시 해외 판권 판매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 실제로 ‘시간이 멈추는 그때’는 국내 시청률 0%대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으나, 대신 온라인 플랫폼에 드라마 클립 영상을 적극적으로 게재하며 해외팬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오는 11월 1일 처음 공개되는 웹드라마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를 기대받고 있다. 월드스타 성훈의 출연 덕분이다. 앞서 성훈은 참여하는 작품마다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일례로 성훈이 올해 첫 주연으로 나선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는 국내에서 관객수 1만 명도 넘지 못하는 쪽박을 찼으나, 최근 중국 계약 소식이 전해지며 현지 개봉이 유력해졌다. 2015년 출연한 웹드라마 ‘고결한 그대’는 미국·일본·중국 등에 수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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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 '은주의 방' 포스터)


그런가 하면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함으로써 채널 자체의 성장을 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동명 웹툰의 리메이크작 ‘은주의 방’으로 첫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는 올리브가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 명가’로 자리매김한 tvN·OCN과 같이 CJ E&M의 계열사인 올리브는 애초 푸드 전문 채널로 출발했다. 그러다 지난해 라이프·엔터테인먼트 채널로의 확대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서울메이트’ ‘밥블레스유’ 등의 예능을 론칭하며 콘텐츠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tvN과 OCN이 그랬듯 드라마 제작을 통해 채널의 몸집을 불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드라마 왕국’의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드라마를 제작 중인 혹은 계획하고 있는 방송사와 플랫폼들의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한 배경이다. 우선 비지상파 채널에 시청률 우위를 내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위기설’까지 대두된 지상파는 드라마판의 새 트렌드에 발맞춘 대항책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비지상파를 비롯해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플랫폼 역시 일시적인 화제성을 잡기 위한 ‘스타 캐스팅’이 아니라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에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드라마 시장이 단순히 양적으로만 규모를 키우는 게 아니라 질적 성장까지 이뤄내기를 기대해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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