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민한;뷰] ‘주먹왕랄프2’ 드레스 벗은 공주들…디즈니의 자아성찰
뉴스| 2019-01-25 11:18
인터넷상에서 예민함의 끝판왕 달리는 이들에겐 종종 '예민보스'라는 신조어가 붙여진다. 하지만 때론 기민함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인식하게 해 줄 예민보스들이 필요할 때도 있다. 매주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좀 더 예민한 눈으로 장면 장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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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시대가 변하니 공주들도 변했다.

현재 상영 중인 애니메이션 ‘주먹왕랄프2: 인터넷 속으로’(이하 '주먹왕랄프2')는 전편에선 게임 속 세상에 있던 랄프와 바넬로프가 와이파이를 타고 인터넷 세상에 접속하게 된 이야기를 그려냈다. 고전 게임 속에만 있던 이들에게 온라인 세상은 별천지다. 인터넷 세상에서 바넬로프는 디즈니 닷컴에까지 출입하게 되고 디즈니의 대표적인 공주 캐릭터들을 만난다. ‘주먹왕랄프2’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디즈니 공주 캐릭터 이미지를 비틀었다. 짧지만 강력한 변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 장면1: 디즈니닷컴 공주 대기실

디즈니닷컴에는 공주 대기실이 있다. 이 곳에 그동안 디즈니 영화에서 봐왔던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포카혼타스, 겨울왕국 엘사 등 수많은 공주들이 있다. 그 대기실에 바넬로피가 등장한다. 공주들은 바넬로프를 경계하며 공주 확인과정을 거친다. 긴 머리가 있는지, 독약 묻은 사과를 먹던가 왕자의 키스를 받았는지 묻지만 바넬로프는 답을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고 힘센 남자가 나타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라고 묻는다. 이에 바넬로프는 랄프를 떠올리며 대답을 하고 그는 공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공주들은 후드 티셔츠에 바지를 입은 바넬로프를 신기해하면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파자마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바넬로프에게 ‘편안함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준다.

■ 장면2: 랄프를 구해주는 공주들

영화의 후반부 바이러스로 위험에 빠진 랄프를 구해주는 것은 그간 왕자와 남자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공주들이다. 공주는 “위험에 빠진 크고 힘센 남자를 구해줄게”라며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를 이용한다. 엘사는 얼음으로 길을 만들고 라푼젤은 긴 머리카락으로 공주들의 드레스를 연결한다. 드레스가 낙하산 역할을 해 랄프를 구해낸다. 그리고 마지막엔 개구리의 키스로 기절했던 랄프가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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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민한 시선

과거 공주에겐 드레스가 기본 착장이었다. 공주는 예쁘고 날씬해야 했으며 위험에 빠지면 당연하듯 힘센 남자가 구해줘야 했다. 이 구조를 얼마나 써먹었으면 디즈니 대표 공주의 이름을 따서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용어까지 나왔을까. 연약한 공주 이미지 구축에 디즈니가 한 몫을 했다. 그런 공주들이 최근 변화했다. ‘겨울왕국’ ‘모아나’ 등 최근 등장한 디즈니 속 공주들은 진취적이고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주먹왕랄프2’ 속 공주들의 모습을 보면 디즈니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몸매를 드러나게 하는 코르셋을 조인 드레스 대신에 파자마를 입고 후드티셔츠를 입은 공주들은 한결 자유롭다. 꼿꼿하게 서거나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소파에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후반부 ‘힘센 남자’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구해준다는 설정도 의미가 있다. 구두를 떨어뜨린 채 도망가야 했던 신데렐라는 그 유리 구두를 스스로 깨버리고 남자를 구해낸다. 영화가 대중예술이다. 재미가 있는 것은 물론 사회 현상을 담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주먹왕랄프2’는 달라진 시대에 변화한 디즈니의 변화된 자세와 의지를 제대로 전달한다. 디즈니의 자아성찰이 반갑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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