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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잇 수다] ‘승리 게이트’ 후폭풍, ‘아이돌’ 무게 망각한 대가
뉴스| 2019-03-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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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이른바 ‘승리 게이트’가 열린 이후 어느 중학생 빅뱅 팬은 SNS에 “나 빅뱅 때문에 대마초도 알고 성매매도 알고… 너무 힘들어”라고 적었다. 10대 청소년이 털어 놓은 슬픈 한 마디는 ‘승리 게이트’를 다룬 그 어느 칼럼의 촌철살인보다 뼈아프고 날카롭게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꼬집는다. 비단 ‘승리 게이트’만 아니라 연예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는 빅뱅의 전(前) 멤버가 된 승리. 그는 현재 성매매 알선·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아울러 그가 소유주로 알려졌던 클럽 버닝썬은 마약 유통·성폭력 방조·경찰 유착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관련하여 경찰이 조사 중인 가운데, 버닝썬의 대표이자 승리의 지인으로 알려진 이 모씨가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승리 게이트’의 여파로 일부 남자 가수들 사이에서 불법 촬영물 공유가 심심찮게 이뤄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승리와 같은 ‘단톡방’에 있었던 가수 정준영이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 및 사진을 지인에게 13차례 유포했다고 밝히면서다. 현재 실명이 밝혀진 연루자는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하이라이트 출신 용준형·씨엔블루 이종현이며, 이 외에도 가수 K씨와 J씨·모델 L씨가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을 공유받았다고 한다. 이니셜의 주인공으로는 정준영과 한 예능에 출연한 슈퍼주니어 강인·2AM 정진운·모델 이철우가 지목된 상황, 각 소속사에서 사실 확인 중이다.

‘승리 게이트’ 연루자 대다수가 인기 아이돌 멤버라는 점은 충격을 넘어 절망적이다. 남자 아이돌 팬덤의 성비를 따지면 여성이 압도적이다. 여성 팬층의 지지가 활동의 최대 기반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대상의 범죄를 묵인하고 심지어는 오락거리로 소비한 남자 아이돌의 행동은 팬들에 대한 기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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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이런 가운데 승리는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승리 게이트’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는 데 대해서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방송(MBC ‘나 혼자 산다’)에서 ‘나는 다른 연예인처럼 이름만 빌려주지 않는다. 직접 사업한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 버닝썬에서 사고가 나니까 숨어버린 듯 보였고,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했겠나.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면서 분노가 유독 내게 집중된 게 아닌가 싶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승리의 상황 분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승리 게이트’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며 비난의 화살을 쏘는 데는, 사안의 심각성과 함께 승리를 향한 분노와 배신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발점을 단순히 방송에서 보인 언행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핵심적인 문제는 승리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이돌로서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을 망각했다는 데 있다.

아이돌이 ‘아이돌(idol, 우상)’이란 이름을 갖게 된 건 그들 자체가 완전무결한 신(神)적 존재여서가 아니다. 본인의 인성이나 실체와는 상관없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데서 이 같이 불리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대상이다. 아이돌의 주요 팬층은 10대 청소년이다.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시기라 외부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큰 때이기도 하다. 특히 좋아하는 대상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승리 게이트’에 충격받아 빅뱅과 승리에게서 돌아선 팬이 있는 반면, 일부 낮은 연령대 팬들은 무턱대고 ‘승리의 잘못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돌 범죄는 청소년의 죄의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돌에게 더욱 높은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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