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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인터;뷰 ⑥] ‘기생충’, ‘지질’한 연기의 대가 이선균이 봉준호를 만났을 때
뉴스| 2019-06-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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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이선균이 연기한 박 사장은 여느 재벌과 결이 달랐다. 겉으론 젠틀하고 세련됐지만 내면에는 추악하고 권위적인 모습이 숨겨진 이중적인 모습은 그를 한층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게 했다.

위기에 몰린 형사를 연기한 ‘끝까지 간다’부터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나의 아저씨’까지, 늘 현실에 발 닿은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한 이선균의 장점이 캐릭터를 더욱 빛낸 셈이다.

▲ 신흥 재벌 역할, 기존에 해왔던 역할과 달랐다. 부담감은 없었나?

“재벌을 연기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의 아저씨’가 끝나고 바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6개월 동안 아저씨로 있다 보니 이질감이 조금 느껴지기는 했다.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아 우려가 좀 있었다.”

▲ 재벌이지만 젠틀하고 세련됐다. 기존의 재벌과는 다른데 처음 캐릭터를 봤을 때 어땠나?

“새로운 시대의 부자라 열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굉장히 나이스하고 소통을 잘 한다. 박 사장은 남에게 멋져 보이고, 새롭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정적인 남자가 돼야 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강박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안에 치졸하고 천박한 본능 같은 걸 담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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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설렌 마음을 많이 드러냈다. 실제 현장에서 본 감독님은?


“영화에 대한 그림을 워낙 명확하게 가지고 계셨다. 캐릭터의 대사 템포나 리듬까지 감독님 머리에 있다 보니까 나도 연기에 대해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 현장에서 주문이 오면 유연하게 대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이 편하고, 예민하지 않을 때는 같이 하는 연출이나 배우를 믿을 때다. 이번에는 확실히 그랬다.”

▲ 봉준호 감독이 이선균을 캐스팅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영화 ‘악질경찰’을 할 때 화보를 찍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박 사장에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피곤해보이고 예민하게 나온 사진을 보여주시더라. 박 사장의 일중독에 대한 피곤함과 강박에 대한 예민함을 원하신 것 같다.”

▲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너무 영광이었다. 기분 좋은 떨림이 있었다. ‘드디어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 연기를 하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너무 잘 받아주시고, 편하게 후배들을 대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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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박 사장네 저택의 화려함도 눈에 띄었다. 실제 세트장을 봤을 때는 어땠나?


“공간이 너무 웅장하니까 거기에 눌릴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현장이 체계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서 배우들이 동선을 맞춰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워낙 공간이 차갑고, 컸기 때문에 처음에 찍을 때는 많이 걷고, 움직여 봤다.”

▲ 영화에 담긴 빈부 격차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메시지에 공감을 했나?

“책을 처음 볼 때 굉장히 심플해보였지만 다양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이야기하지만 사회를 이야기하고, 굉장히 웃긴 것 같지만 비극적이다. 처음에 읽을 때부터 쾌감을 느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것들이 코믹하게 담겨 우습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나도 박 사장처럼 그런 면은 없는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 쉬지 않고 드라마, 영화를 하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자주 대중들에게 노출이 될 때 연기가 지겹고 익숙해질까 봐 두렵다. 하지만 신인들이 물어보면 일단 하는 것에 집중을 하라고 한다. 후회 없이 뭔가를 하게 되면 대중뿐 아니라 누군가는 꼭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게 내 가치관이다. 그게 쌓이다 보니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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