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씨네;리뷰] ‘김복동’ 피해자 아닌, 평화 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여정
뉴스| 2019-07-30 11:22
이미지중앙

사진=영화 '김복동'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김복동’은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자 분투한 김복동 할머니의 여정을 담담하지만, 진심 어린 태도로 따라간다. 어떠한 극적 장치나 기교도 없지만, 할머니의 발걸음이 남긴 여운은 길고 뜨겁다.

‘김복동’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 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김복동’은 영화 초반 김복동 할머니의 녹취된 목소리를 통해 그가 피해자였다는 사실만 확인시킬 뿐, 할머니의 현재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할머니가 일본과 또 피해자는 배제한 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와 어떻게 싸웠는지, ‘김복동’이 담은 할머니의 여정은 그 자체로 깊은 상처와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암 투병을 하면서도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드러날 때면 저절로 숙연해지기도 한다. 특히 투병 중에도 추운 겨울 자신들을 응원하는 시민들 앞서 마이크를 들고 응원을 당부하는 장면에서는 할머니 개인뿐 아니라 함께하는 연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이미지중앙

사진=영화 '김복동' 스틸



할머니를 단순히 피해자의 자리에 위치시키지 않았기에, 인권 운동가이기도 했던 할머니의 뜻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에 따르면 김복동 할머니는 어려운 와중에도 일본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재일 조선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전달했다. 영화에서는 어린 소녀들을 보며 활짝 웃는 할머니의 모습을 포착하며 그가 진정한 평화 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김복동’에는 극적인 전개를 위한 갈등이나 감동을 고조시키기 위한 특별한 장치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복동 할머니와 또 다른 피해자들, 그를 돕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과정에서는 어떤 휴먼 영화보다도 진한 감정의 파도를 느낄 수 있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언론시사회에서 “‘김복동’을 전 세계에서 많이 봤으면 한다. 우리는 할머니가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때 어디 있었나, 피해 당사자들이 처절하게 해외를 다니며 싸울 때 우리 정부, 국민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제 할머니들은 21명밖에 남지 않았다. 여전히 해결된 것은 없다. 김복동 할머니의 외로운 싸움을 담은 ‘김복동’은 꾸준히 힘을 보태고,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