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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창의 카톡(Car Talk)] 교통사고 예방하는 일본의 자동차 문화
뉴스| 2015-03-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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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교양 프로 촬영 차 일본에 갔을 때다. 한국과 일본의 도시를 하나씩 정해 놓고 교통 위반 차량을 비교하기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은 수원 시의 로터리가, 일본은 오이타 시의 로터리가 선정됐고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교통 위반 차량을 카운트하기로 했다. 위반 차량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는 차와 안전벨트를 안 한 차, 그리고 차선을 지키지 않은 차였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직접 오이타 시의 로타리에서 위반 차량을 체크했는데 오전 9시가 되는 순간 한국으로 전화해 “여기 끝났는데 한국은 어땠어요? 여기는 위반 차량이 3대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 오는 한국의 리포터 대답이 걸작이었다. 수원시에 나가 있던 리포터는 “지금 집계하는 중이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라고 했다. 위반 차량이 너무 많아 집계가 늦어진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함께 현장에서 위반 차량을 세던 오이타 시의 교통 공무원은 얼굴이 빨개진 채 “위반 차량들은 아마도 급한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부끄러워했다는 점이다.

스무 살부터 5년에 한두 번씩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일본의 차들은 항상 깨끗하다. 이를 자동차를 대하는 문화의 차이로 받아 드린다. 차가 깨끗하다는 것은 주인이 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는 차를 먹고 살기 위한 이동수단으로 보지만 일본은 그 단계를 넘어섰다. 세차를 안 한 차를 보면 차주가 게을러 보인다, 그리고 자기 것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주차장에서 내릴 때 옆 차가 더러우면 옷에 묻는 경우가 많다. 남에 대한 배려도 없어 보인다.

모터 스포츠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을 때마다 일본 얘기를 많이 한다. 강연장에서 주로 받는 질문이 “최고 몇 km까지 밟아 봤냐?”다. 폭주와 레이싱을 구분 못해서 나오는 질문들이다. 폭주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것이라면 모터 스포츠는 브레이크를 다루는 기술이다. 모터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교통사고율이 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본의 모터 스포츠 역사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됐다. 그런 역사 속에 차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교통사고도 줄어들게 됐다.

일본은 비공인 경주장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0개의 경주장이 있다. 일본은 이런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길거리 폭주족을 양지로 끌어냈다. 합법적으로 안전한 공간에서 욕구를 해소시키도록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다 보니 어려서부터 자동차 관련 상식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성능은 점점 좋아지고 있으나 한국엔 그런 공간이 없어 아쉽다.

자동차 안전은 차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준법정신이 핵심이다. 한국의 아빠들은 아이가 핸들을 만지려 하면 말리지만 일본은 차근 차근 가르쳐 준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 사고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로 이용되는 이 시설은 컨테이너 안에 20km 속도로 달리다 직접 충돌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말 안 해도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다. 그 정도까진 안 되더라도 우리도 정부와 자동차 메이커가 함께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메뉴얼을 만들어 활용할 때가 됐다. [알스타즈 감독]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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