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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택 관전평] 유재학의 자신감, 깊어가는 김영만의 고민
뉴스| 2015-03-30 09:57
챔피언 결정 1차전 : 울산 모비스(1승) 64-54 원주 동부(1패)

1차전 승부의 키워드, ‘팀컬러’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6강, 4강 플레이오프를 지나 드디어 올시즌 KBL 왕좌의 주인을 가릴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됐습니다. LG가 PO 10경기에서 보여준 투혼과 ‘언더독’ 전자랜드의 반란을 뒤로 한 채 결국 챔프전 대진은 사상 11번째 정규리그 1, 2위팀 간의 맞대결로 짜여졌는데요. 올시즌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두 팀이 5개월여의 페넌트레이스에서 순위표 맨 꼭대기에 위치한 모비스와 동부라는 건 그만큼 그들에게 저력이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동부의 강점은 ‘산성’으로 대표되는 높이에 있고, 모비스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농구, 실책이 적은 농구를 하는 팀입니다. 각각의 팀 컬러는 올시즌 양팀을 먹여 살린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챔프 1차전은 바로 이 팀 컬러, 즉 얼마나 자신들의 강점을 살린 농구를 했느냐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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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과 김주성, 두 베테랑의 명암이 갈린 1차전이었다. 29일 김주성의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는 양동근(왼쪽).

모비스는 늘 그래왔듯 양동근을 중심으로 영리하게 게임을 풀어갔습니다. 빠른 트랜지션과 2대2 게임을 통해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동부의 높이에 대항했죠. 양동근은 사이먼이 빠진 2쿼터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백전노장 아이라 클라크와 짝을 이루어 포스트와 미들 레인지에서 많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죠. 2쿼터에만 17득점을 합작한 두 베테랑의 활약 덕에 모비스는 일찌감치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동부는 높이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컷인 플레이를 통한 득점은 몇 차례 있었지만 포스트에서 1대1득점이 거의 없었죠. 3쿼터 사이먼이 11득점으로 힘을 낸 게 전부였습니다. 아무래도 동부산성의 축 김주성이 체력적인 부분에서 5차전까지 갔던 4강전의 여파가 남은 듯, 골밑에서 제 역할을 못해준 게 뼈아팠는데요. 이날 컨디션이 좋았던 함지훈과의 매치업에서 부담을 느꼈는지 과감한 움직임보다는 컷인 플레이나 외곽 찬스 등 파생되는 찬스를 보려는 경향이 강했던 김주성입니다.

동부의 체력 부담은 비단 김주성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전반 동부는 백코트가 느려 모비스에게 쉬운 득점을 허용하는 장면을 수차례 노출했는데요. 이는 모비스의 빠른 트랜지션과 대비를 이루어 분위기를 상대에게 넘겨주는 원인이 됐습니다.

무려 15개에 달한 턴오버 역시 체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데요. 시즌 후반부에 발생하는 턴오버는 선수들 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결국 집중력 문제인데, 집중력 역시 몸이 받쳐줘야 발휘될 수 있죠. 지친 동부에게 체력 문제는 극복하지 못하면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큰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유재학의 자신감, 깊어가는 김영만의 고민
유재학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김주성과 윤호영의 움직임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며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단서가 붙었는데요. 바로 “우리만 제 모습을 찾는다면”이라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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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살살 하시죠' 지난 28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동부 김영만 감독과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챔프전 미디어데이부터 유 감독은 “동부의 높이가 무서워 우리가 해온 농구를 못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실제로도 이날 높이는 분명 동부가 우위인데, 오히려 골밑에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모비스 쪽에서 더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리바운드 개수 역시 38-31로 모비스가 앞섰죠. 무려 1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준 라틀리프는 ‘사이먼에게 파워에서 밀릴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문태영 역시 득점은 적었지만(6득점) 적극적으로 박스아웃에 가담하며 8개를 걷어냈습니다.

특히 함지훈이 살아난 게 모비스에겐 고무적입니다. 1쿼터 3점슛 두 개가 연달아 적중한 게 이날 경기 내내 함지훈을 신나게 하는 발판이 된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래도 초반부터 경기가 잘 풀리면 분위기가 업이 되고 흥이 나면서 몸놀림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생기죠. 체력적인 문제도 딱히 없어 보이고 여러모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함지훈입니다.

동부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1차전만 놓고 보면 내가 공격할 창을 상대가 가지고 있는 형국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죠. 체력적인 문제 이외에도 언제든 미들슛을 던질 수 있는 함지훈과 문태영 때문에 도움수비도 깊게 들어갈 수 없었던 동부입니다. 라틀리프가 활개 치는 걸 어느 정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셈이죠.

동부는 높이를 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경기도 녹록치 않을 것입니다. 발이 빠른 것도 아니고, 투맨게임도 모비스의 타이트한 수비를 생각하면 승리를 장담할 비책은 아닐 테니까요. 결국 모비스보다 나은 높이 활용을 극대화해 리바운드와 포스트 공격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김주성이 좀 더 골밑에서 1대1에 힘써야 하고 윤호영 역시 상대의 타이트한 수비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양동근 봉쇄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부 가드진 중 1대1로 양동근을 묶을 선수는 마땅찮아 보입니다. 이날 김영만 감독은 루키 허웅을 내세웠다가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박병우는 다리가 좀 느리고 안재욱은 미스매치가 발생하니 팀플레이를 통한 수비를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쪼록 양동근은 모비스 2대2공격의 출발점인 만큼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모비스는 외곽슛의 부재를 보완하면 좋겠습니다. 64점에 그친 저조한 득점력도 생각해봄직하고 라틀리프와 양동근이 막혔을 경우의 플랜B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겠죠. 동부 역시 이날 외곽포가 철저히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4강전에도 말씀드렸듯 외곽 찬스는 포스트에서 먼저 중심이 잡혀야 비로소 살아날 수 있습니다. 외곽슛을 던질 줄 아는 선수들이 충분한 만큼 내외곽의 균형이 맞춰지면 좋은 게임 할 수 있겠죠.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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