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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갓갓갓소사가 지배한 그라운드
뉴스| 2015-05-13 23:40
13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2 - 6 LG 트윈스

INTRO -‘갓’ 하나로는 부족했던 헨리 소사

8이닝 6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기록만 보면 그냥 ‘무척 잘 던진 선발투수’다. 하지만 13일 트윈스의 선발 소사가 보여준 위력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위압감이 있었다. 1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와 12구 승부 끝에 2루타를 맞았을 때에만 해도 불안했다. 결국 이 이닝에 한 점을 내주면서 쉽지 않은 시합을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2회부터 소사는 '초사이어인 모드'로 돌입했다. 도무지 점수를 내 줄 것 같지 않았다. 1회말 3점을 낸 이후 트윈스는 연이은 작전 실패로 여전히 답답한 시합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시합을 지켜보는 많은 트윈스 팬들은 경기 내내 ‘오늘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바로 소사가 마운드에 있었던 덕분이다.

에이스의 위용은 이런 것이다. 퀄리트 스타트를 했든, 완투를 했든, 결과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마운드에 서면 이긴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중반까지 2점차 불안한 리드를 지켰지만 트윈스 선수들 얼굴에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점만 더 내면 넉넉히 이긴다’는 여유가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소사의 유령은 그가 마운드에 섰을 수비 때만이 아니라 3시간 남짓 진행된 경기를 내내 지배했다. 초반에 10점 정도를 내 크게 앞서갔던 경기보다 더 편안했던 시합.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이 든든한 강속구 투수는 팬들과 트윈스 선수들에게 “오늘은 이긴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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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이닝 무사사구 1실점. 1회초에 1실점했지만 이후 16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트윈스의 선발투수 헨리 소사가 경기 후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의 이름 앞에 팬들은 ‘갓(god)’이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올 시즌 환골탈태한 소사에게 트윈스 팬들도 줄곧 ‘갓소사’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날 소사의 피칭을 설명하기에는 ‘갓’ 한 글자로 부족했다. ‘갓갓소사’로도 왠지 충분치 않았다. 그래, ‘갓갓갓소사’로 하자. 트윈스의 팬으로서 144경기 중 한 시합을 이렇게 편안히 볼 수 있는 호사를 언제 또 누려보겠나? 오늘만큼은 그의 이름을 ‘갓갓갓소사’라고 불러도 좋다!

의문의 장면 - 정비가 필요하다

웬만하면 벤치의 작전에 대해 결과를 가지고 시비하는 것을 삼가려 한다. 작전을 낼 권한은 감독에게 있고, 그 작전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벤치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도 감독의 작전에 대해서는 이해하려는 편이다.

하지만 이날 시합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 두 개가 있었다. 이것이 밖에서 보는(뭘 잘 모르는) 제 3자의 쓸데없는 푸념이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별도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두 장면은 정말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장면. 6회말 선두타자 이진영이 볼넷을 고르고 나간 뒤 7번타자 박지규가 들어섰다. 연이어 3구의 볼을 골라내더니 스트라이크와 파울을 치며 풀카운트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 박지규가 뜬금없이 번트 자세를 취했다. 물론 스리번트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박지규는 번트 자세만 취한 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전환해 강공으로 돌아섰다. 결과는 파울. 다음 공에도 다시 박지규는 번트 자세 이후 슬래시를 감행했고 헛스윙 아웃 당했다. 풀카운트에서 스타트를 끊었던 1루 주자 이진영마저 2루에서 태그아웃 당하며 삽시간에 투 아웃.

스리번트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할 거면 해야 한다. 하지만 박지규가 3-2 풀카운트에서 무엇을 노리고 두 번이나 슬래시 자세를 취했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벤치 사인이었다면 그 의도가 정말 궁금하다. 박지규 스스로의 플레이였다면, 그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3-2 풀카운트에서 1-2루간 땅볼을 굴려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를 2루로 보내는 팀플레이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베테랑 타자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아직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런 기교는 그가 좀 더 성장한 다음에 부려도 괜찮다.

두 번째 장면. 7회말 박용택의 안타와 4번타자 이병규의 절묘한 번트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양상문 감독은 5번 한나한 대신 대타로 큰 이병규를 내보냈다. 대타 선택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이 장면 역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한나한은 이날 5번 타순에 올랐다. 팀의 타자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타자 중 하나였기에 양 감독이 내린 선택일 것이다. 실제 그는 1회말 안타를 때리며 한국 무대에서 첫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5번 타석에서 대타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5번에 내세울 정도의 타자보다 더 기대가 되는 타자가 벤치에 있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스타팅 오더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한나한의 컨디션이 이날 아주 안 좋았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타로 나온 큰 이병규는 리그를 대표했던 좌타자다. 최근 컨디션이 안 좋긴 하지만, 경기 막판 충분히 대타로 나올만한 타자라는 점을 100% 인정한다. 그래서 그를 기용한 점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점은 그를 기용한 시점이다.

감독의 작전에 대해 불만을 품는 팬들은 “내가 감독해도 그것보다는 낫겠다”고 말하곤 한다. 이 말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팬들보다도 감독이 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연구한다. 그래서 감독의 작전권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감독 스스로가 내린 선택을 스스로 자꾸 번복하면 그것이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한나한이 부상이 아니었다면, 그를 5번에 선택한 이상 찬스에서 그를 믿어줬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트윈스의 시합이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뭔가 작전도 매끄럽지 않고, 경기의 진행도 깔끔하지가 않다. 여러 요소들을 조합해 하나의 부드러움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매니저의 몫이다. 부디 이 어수선함이 하루 빨리 정비됐으면 좋겠다. 트윈스가 지더라도 수긍이 가는 시합, 이길 때에는 찜찜함이 남지 않는 시합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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