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UCL 바르샤 우승] 역대 최고의 팀, 지구상에 바르샤를 막을 팀은 없었다
뉴스| 2015-06-07 07:09
말 그대로다. 지구상에 바르샤를 막을 팀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FC바르셀로나가 7일(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에서 펼쳐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수아레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두었다. 통산 5번째 우승 그리고 21세기 들어서만 벌써 4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평가에 이견을 없앴다.

결승전에서도 완벽했던 MSN,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미지중앙

MSN조합은 결승전에서도 역시 최고의 모습을 축구팬들에게 선사했다. 사진=uefa.com

21세기에 살고 있는 축구팬이라면 이 조합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영광스러울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메시와 더불어 그에 못지 않은 네이마르와 수아레스가 하나의 조화를 이루며 유럽축구를 완벽히 제패했다. 결승전에서도 역시 크게 다를 것 없었다. 3골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경기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유벤투스의 두 줄 수비를 완벽히 허물었다.

골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기였다. 첫 번째 골장면에서는 직접적인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패널티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던 이니에스타에게 내준 네이마르의 패스가 워낙 기가막혔다. 완벽한 타이밍에 그보다 더 완벽한 패스정확도로 간접적으로 선제골에 기여했다. 전반 4분 만에 터진 골 덕에 유벤투스 선수들은 다급했고, 유벤투스 특유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이날 결승골이 된 수아레스의 골과 우승확정 골이었던 네이마르의 추가골은 바르샤의 변화된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두 상황 모두 역습상황에서 나왔는데, 이 때 바르샤의 역습속도는 놀라웠다. 수아레스의 골장면에서는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은 메시가 패널티박스 인근까지 접근하며 정확한 슈팅을 날렸고, 부폰이 선방한 골을 수아레스가 재차 슈팅으로 골로 연결시켰다. 메시의 정확한 드리블과 슈팅 그리고 수아레스의 공을 찾아가는 움직임까지 3박자가 완벽히 조화를 이뤘다.

세 번째 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벤투스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을 걷어낸 뒤 하프라인 아래쪽에서 메시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오른발 토킥으로 전방에 있던 네이마르에게 패스를 내주며 완벽한 찬스를 맞이했다. 네이마르는 다시 한 번 중앙에 있던 페드로와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부폰과 1대1 찬스르 맞았고, 이를 놓칠 리 없는 네이마르였다.

볼 점유율에만 집착했던 기존의 바르샤식 티키타카와는 완벽히 다른 방식의 골장면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티키타카를 버렸지만 오히려 바르샤는 더욱 강력해졌다. 개인능력과 더불어 이타적인 플레이가 조화되면서 MSN조합이 가동된 첫 시즌 만에 역대 최강의 공격조합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 세명의 선수 중 30대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메시와 수아레스는 전성기에 이르는 나이고, 네이마르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이는 MSN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잘 싸운 유벤투스, 흥분이 패배를 불렀다

이미지중앙

메시를 막는 비달.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비달은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사진=uefa.com

역사상 최고의 팀을 상대로 유벤투스는 충분히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비록 3골이나 허용했지만 첫 번째 실점을 제외하고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장면은 몇 차례 없었다. 키엘리니가 없는 가운데서도 보누치를 중심으로 한 센터백 라인은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으며 특히 포그바와 마르키시오가 보여준 중원장악은 바르샤를 상대한 팀들 중 가장 으뜸이었다.

그러나 흥분이 문제였다. 너무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반 4분 만에 라키티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유벤투스 선수들은 지나치게 다급했다.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플레이로 인해 좋은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수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 비달이 가장 크게 흥분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본래 경기스타일이 터프하지만 이날은 정도가 심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바르샤 선수들과의 충돌도 잦았고, 빨리 처리해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동료를 살피지 못했다.

바르샤의 노련미도 유벤투스 선수들이 흥분하는데 크게 한몫했다. 바르샤는 선제골 이후 볼 소유를 한 채로 템포를 완전히 늦췄다. 지극히 올바른 결정이었다. 후방에서 볼을 돌리면서 유벤투스 선수들의 급한 마음을 자극했다. 비달, 포그바, 테베스 등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이 많은 유벤투스가 말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경험 많은 피를로가 풀어줬어야 하지만 이날 피를로는 철저히 봉쇄당했다. 이니에스타-라키티치의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피를로는 경기조율에 완벽히 실패했다. 여유로운 플레이를 선보이려 애썼지만 지나치게 느긋했다.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마지막 UCL 결승전? 상반된 사비와 피를로의 표정

이미지중앙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피를로의 UCL 결승전은 최악의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사진=uefa.com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아 피를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드필더다. 정확한 패싱력과 경기 조율능력은 공격수들에 비해 조명받지 못했던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의 위대함을 일깨웠다. 그리고 이번 결승전은 그들에게 마지막 UCL 결승전이 될지도 모른다. 사비는 카타르 리그의 알 사드로 이적이 확정됐고, 피를로 역시 자신의 황혼기를 위해 중동 혹은 미국으로의 이적을 원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마지막 결승전이 될지도 모르는 이날 경기는 두 선수에게 모두 절박함이 있었다.

어느 파이널이건 간에 마찬가지겠지만 경기종료 후 양 팀의 분위기는 상반됐고 두 선수의 모습 역시 명백히 갈렸다. 후반 31분 이날 MOM으로 선정된 이니에스타와 교체되어 들어온 사비는 여전한 자신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년만큼의 활동량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미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되었기 때문에 급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사비는 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템포를 여유롭게 가져가면서도 때를 봐서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역사상 최고의 팀의 캡틴다운 포스가 그대로 느껴졌고, 그는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반면 피를로의 경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자신의 진가를 전혀 드러내지 못했다. 다른 유벤투스 선수들이 모두 흥분하며 성급한 경기를 추구하는 가운데 피를로만은 느긋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바르샤의 강력한 중원압박의 몇 차례 위험한 기회를 내줄 뻔도 했다. 아무래도 전성기 시절만큼의 몸놀림은 아니었고 이를 잘 파악한 엔리케 감독이 피를로에게 강력한 압박을 지시한 것이 완벽하게 맞아 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탈리아 미드필더의 UCL 우승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팀의 입장에서도 이 둘의 공백은 희비가 완전히 갈린다. 바르샤의 경우 이니에스타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며 결승전에서도 MOM에 선정됐고, 라키티치가 완전히 팀에 녹아들면서 사비를 밀어내고 주전을 꿰찼다. 아직 사비가 보여준 클래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충분히 그를 대체할 만한 능력이 된다. 오히려 엔리케의 바르샤에서는 라키티치가 더욱 어울릴 수 있다.

반면 유벤투스의 경우 피를로의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 포그바, 마르키시오, 스투라로 등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많지만 피를로처럼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선수들은 아니다. 케디라의 영입이 근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케디라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다. 즉, 피를로처럼 빌드업에 강점이 있기 보다는 수비에 모든 장점이 쏠려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격전개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날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는 피를로의 공백에 대한 걱정을 절실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