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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NC는 어떻게 ‘발야구 끝판왕’이 되었나?
뉴스| 2015-07-1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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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야구 끝판왕' NC다이노스는 정말 거침없는 야구를 보여줬다. 사진=NC다이노스 홈페이지


자기 팀이 방망이를 들었을 때 팬들의 눈과 귀는 모두 타자를 향한다. 주자가 있을 경우도 대개 마찬가지. 주자보단 타자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NC 팬은 다르다. 타자만큼 주자를 유심히 지켜본다. 가끔 타자보다 주자의 움직임에 더 눈길이 갈 때도 있다. 왜냐? NC는 화끈한 방망이만큼 거침없는 발도 가졌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발야구 예찬론자다. “방망이라는 게 항상 한계가 있다. 계속 잘 칠 수 없다. 상대 투수에 따라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며 항상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을 주문했다. ‘김경문표 발야구’는 두산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그를 명장반열에 올렸다. 그리고 아기공룡이 거친 1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였다. 창단 첫해 통산 550개 베이스를 훔친 ‘대도’ 전준호 코치와 SK시절부터 리그 최고수준 주루-작전 코치로 손꼽히던 이광길 코치를 영입하며 ‘NC표 발야구’의 기틀을 닦았다.

NC의 1군 무대 연착륙엔 발야구가 큰 힘을 발휘했다. 야구는 투수가 타자를 공략함으로써 시작되는 스포츠다. 즉,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투수보다는 타자들이 적응에 애를 먹는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그랬다.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3위(3.96), 팀 퀄리티스타트 1위(74개), 팀 피안타율 1위(0.254)로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방망이가 미덥지 못했다. 팀 타율(0.244), 팀 출루율(0.320)이 8위와 큰 차이 나는 꼴찌였다. 간혹 출루하는 주자 하나하나가 고귀해 보일 정도였다.

NC는 귀한 주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틈만 나면 다음 베이스를 노리게 했다. 낮은 출루율 탓에 도루 시도는 눈에 띄게 많지 않았지만 무려 142개 베이스를 훔쳤다(리그 3위). 도루성공률(75.1%)도 리그 1위에 해당했다. 빈약한 방망이를 빠른 발로 채운 덕에 무사히(?) 신생팀 최다승 타이기록(52승)을 썼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던 김종호가 도루왕(50개)에 올랐고, 이상호(25개)는 강명구에 필적할만한 전문 대주자가 되었다. 모창민(16개)과 나성범(12개)도 이듬해 20-20클럽 가입을 기대케 했다.

이듬해 NC 발야구가 더욱 무르익었다. 앞서 언급한 4인방에 이어 세 선수도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신성 박민우가 50도루 계보를 이었고, FA 계약으로 건너온 이종욱이 15도루, 새얼굴 테임즈가 11도루로 발야구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거기에 타격까지 살아나며 금세 강팀으로 변했다. 그리고 KBO 리그 구단 중 가장 빨리 가을이야기를 썼다.

육상부를 뛰어넘어 리그 끝판왕이 된 ‘NC표 발야구’ 대기록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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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표 발야구'는 유니폼이 더러워질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사진=NC다이노스 홈페이지


“우~ 우우우우우~ 우우우 쫌! 쫌! 쫌쫌쫌!” 올해 공룡가족들이 마산구장에서 가장 많이 외친 응원이 아닐까 싶다. "쫌!('이제 견제 좀 그만해라!'는 의미)"은 상대 투수가 우리 선수를 견제할 때 쓰는 응원이다. 이 응원을 가장 많이 썼다는 말은 그만큼 상대 투수가 견제를 많이 했다는 의미다.

쫌! 응원은 NC표 발야구가 또 한 번 진화했음을 알리는 보고(報告)와 같다. 공룡군단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144경기 중 82경기(57%)를 소화한 현재 무려 134도루를 기록했다. 2위 kt를 무려 47개 차이로 따돌리며 독주 중이다. 이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도루 220개(1995년 롯데)를 뛰어넘을 수 있다. 도루성공률도 그 어떤 팀이 밟아보지 못한 80% 고지를 노리고 있다. 가히 역대급 시즌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팀엔 ‘뛰는 선수’가 많다. 이들은 타순 곳곳에 배치되어 시도 때도 없이 상대팀 배터리의 혼을 빼놓는다. 선봉은 단연 박민우-김종호 ‘50도루 듀오’다. 그동안 엇박자 행보를 걷던 이들이 3년 만에 뭉쳤다. 시즌 전 100도루를 합작하기로 약속한 두 선수는 목표달성을 위해 매일같이 달리고 있다. 전반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61도루를 기록했다. 각자 30개 베이스 이상을 훔치며 매너(?)도 지키고 있다. 특히 이들의 도루는 ‘나가면 뛴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대의 최고경계를 뚫고 뺏어낸 것들이라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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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의 40-40을 노리는 테임즈. 사진=NC다이노스 홈페이지


나성범과 테임즈는 방망이뿐만 아니라 스피드도 폭발적이다. 시즌 전부터 30-30클럽 가입을 목표로 잡은 나성범은 벌써 19도루로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깼다. 홈런은 아직 15개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후반기 경기당 0.22홈런을 때린 걸 감안하면 30홈런 가능성은 충분하다. 테임즈는 한술 더 뜬다. KBO리그 전인미답의 40-40클럽을 바라본다. 메이저리그에선 4번,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선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페이스는 충분하다.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20-20클럽에 들며 반환점을 돌았고, 홈런은 벌써 30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남은 도루 개수(18개)가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본인이 욕심낸다면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에 이은 또 다른 대기록을 쓸 수 있다.

이종욱과 최재원의 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종욱은 지난달 21일 한화전에서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5도루에 그치며 8년째에서 끊긴 20도루 행진을 재개할 모양새다. 최재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군입대한 이상호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꾸준히 대주자로 기용되며 벌써 베이스 9개를 뺏었다. 주전의 체력관리가 필요한 후반기엔 좀 더 많은 출장기회, 도루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준주전급 김성욱과 모창민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말이다.

NC표 발야구의 숨은 공신. ‘족집게 과외’ 전준호- ‘풍차돌리기’ 이광길 작전·주루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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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발야구는 그의 눈에서 시작된다. 이호준을 격려하는 전준호 코치의 모습.


베이스를 훔치기 위한 ‘도루 3요소’가 있다. 투수의 타이밍을 뺏으며 시동을 거는 스타드(Start), 다음 베이스까지 질주하는 스피드(Speed), 마지막까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슬라이딩(Sliding)으로 ‘3S’ 라고도 불린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듯 야구도 Start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 경기에서서 가장 스타트를 많이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1번타자의 교과서’, ‘대도’ 전준호 1루 작전·주루코치다. KBO리그 개인 역대 최다 도루(550개) 기록을 가진 그는 고향땅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도루는 발로 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하는 것이다.’ 전준호 코치의 도루지론이다. 투·포수의 미세한 습관을 캐치해 최상의 타이밍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전준호 코치는 매일같이 상대 투·포수를 분석한다. 퀵모션과 습관을 파악하고, 우리 주자들의 능력치를 계산한 뒤에야 경기장에 들어선다. 거기에 19년 동안 경기장을 누비며 체득한 경험과 감도 더해 주자들에게 ‘족집게 강의’를 한다.

‘족집게 과외’는 높은 적중률을 자랑한다. 올 시즌 NC는 166번 뛰어서 무려 134번이나 성공했다. 성공률은 무려 80%. 특히 나성범은 20번 뛰어 19번 성공한 우등생이다.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보내는 데 희생번트보다 도루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일 정도다. 김종호와 박민우는 전준호 선생님 믿고 달린 끝에 대도의 상징인 50도루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NC표 발야구를 논할 때 이광길 작전·주루코치의 ‘풍차돌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준호 코치가 1루 주자를 2루에 보내며 득점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이광길 코치는 득점권 주자를 득점이란 결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1루·2루 주자가 3루를 밟자마자 곧장 홈으로 뛰어드느냐, 멈추고 다음 기회를 노리느냐는 그의 ‘풍차돌리기’에 달렸다.

‘풍차돌리기’는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다. 정지상황이 아닌 연속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한다. 판단을 내리기위한 변수도 다양하다. 점수 차-아웃카운트-타구방향·속도-주자주력-상대 수비 시프트-외야수 혹은 커트맨(외야에서 공을 받아 홈으로 연결하는 선수)의 송구능력 등 우리 팀은 물론 상대팀 전력까지 파악해야 한다.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기도 힘든 이 모든 걸 단시간에 계산해야 한다. 아웃카운트와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기에 결단력도 갖춰야한다(홈 돌진은 3루 주루코치의 신호가 모두에게 드러나기에 성난 팬들에게 주요 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광길 코치의 장점은 여기서 나온다. 그는 작전·주루코치 이전에 수비코치를 지냈다. 상대 수비 시프트와 수비능력을 다른 주루코치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랜 경험도 그만이 가진 무기다. 이광길 코치는 2002~2011 SK 작전·주루코치로 3루 코치박스를 지켰다. 그동안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많은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돌리는 감’과 결단력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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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의 눈과 두뇌. 이광길 3루 주루코치는 이 분야 NO.1이다. 사진=NC다이노스 홈페이지


15일 경기에서 풍차돌리기의 진가가 드러났다. 0-4로 뒤지다가 김성욱의 투런포로 추격을 시작한 4회. 나성범이 중전안타를 때린 뒤 테임즈가 좌중간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보냈다. SK는 후진수비를 펼치고 있었고 김강민도 빠른 펜스플레이로 펼쳤다. 타격 직후 스타트를 끊은 나성범이 홈까지 들어오기엔 무리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광길 코치가 3루에 다다른 나성범에게 ‘풍차돌리기’ 주문(?)을 걸었다. 주문은 코치박스를 벗어나 홈 플레이트 근처까지 이어졌다. 나성범은 주문과 동시에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홈까지 내달렸다. 결과는 세이프. 과감한 결단력과 선수들과의 굳은 신뢰관계가 없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플레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KBSN스포츠의 안치용 위원은 “NC의 공격력에 있어 두 코치의 힘이 굉장히 크다. 도루는 전준호 코치의 역할이 크고, 선수들이 득점하는데 있어서는 이광길 주루코치의 역할이 크다. 지금도 이광길 주루코치가 끝까지 타구를 지켜보며 (팔을) 돌렸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굉장히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NC가 주루플레이에 있어서 (KBO 역사에)한 획을 긋는 구단으로 향해가는 데 있어 (두 코치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며 감탄과 동시에 두 코치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전반기 키워드 ‘NC표 발야구’, 후반기 변수 ‘NC표 발야구’

‘전반기 1위’ NC의 키워드는 단연 발야구다. 도루에 관한 여러 대기록을 기대케 할 정도로 달렸다. 상대 수비는 NC의 매서운 방망이뿐만 아니라 빠른 발까지 경계하느라 정신없었다. 투수는 주자에 신경 쓰느라 투구에 집중할 수 없었고, 포수는 쉽사리 변화구를 던질 수 없었다. 야수들은 도루를 대비하느라 1-2루 사이를 넓게 만들고, 호시탐탐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상대 때문에 매 플레이를 서둘러 할 수밖에 없었다. 타자들은 낮은 경계태세 속에 날아오는 공을 보다 편안하게 때릴 수 있었다.

발야구엔 단점도 있다. 바로 체력과 부상문제다. 도루는 일반적인 주루플레이보다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훨씬 높다.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매순간 상대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야하기 때문. 게다가 좀처럼 선발라인업을 바꾸지 않는 김경문 감독 성향상 주전들의 체력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올 시즌은 팀당 144경기로 역대 가장 긴 시즌이다. 우천취소가 많아 월요일경기 더블헤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도 염두에 둬야한다.

부상도 조심해야한다. 도루를 하기 위해선 태그를 피해 온몸을 내던지는 슬라이딩을 해야 하고, 상대 수비와 충돌도 피하지 않아야 한다. 김종호는 지난 14일 SK전에서 홈 슬라이딩 도중 포수에게 손을 밟히는 부상을 당했다. 천만다행으로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도루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떨어진 체력으로 인한 부상도 조심해야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순발력과 민첩성도 떨어지고 이는 부상과 직결된다.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이면 편안하게 할 플레이를 급하게 처리하다가 부상을 입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명장’ 김경문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미 주전들의 체력관리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주전들의 체력관리에 들어갔다. 투수 최고참 손민한은 등판간격을 길게 두고, 타자 최고참 이호준은 경기후반 대주자와 바꿔주고 있다. 체력부담이 큰 포수 김태군을 위해 오정복과 홍성용을 내주며 용덕한을 영입했다. 점수 차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대타와 대주자를 기용해 주전들에게 휴식을 준다. 언젠가 김태군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체력관리를 위해선 잘 먹고 잘 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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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팀 4할타자' 김태진이 N팀에서도 날아오르길 기대한다. 사진=NC다이노스 홈페이지


다행히 김경문 감독의 고민을 덜 만한 히든카드가 있다. 고양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유망주다. 퓨처스리그 중부리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고양 다이노스엔 재능 있는 타자가 많다. ‘C팀 4할타자’ 김태진은 16일 SK전에서 감격스런 데뷔전을 치렀다. 첫 내야안타가 합의판정 끝에 아웃으로 바뀌었지만, 날카로운 스윙과 1군에서 도 통용될 빠른 발을 보여줬다. 김준완-박으뜸-마낙길은 모두 타율 3할 2푼, 12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언제든지 1군에 올라와도 이상치 않은 선수들이다. ‘3할타자’도 풍년이다. 구황-유영준-이창섭-조평호-윤대영-조평호-강민국은 뜨거운 방망이를 바탕으로 후반기 1군 승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직 1군에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든든한 ‘고양 대기조’가 있기에 후반기 전망도 밝다.

82경기 46승 2무 34패. 이번시즌 전반기 NC가 받은 성적표다. +12에 1위와도 1.5게임차밖에 나지 않는다. 두 번째 가을이야기는 물론 정규시즌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릴 만 하다. 이를 위해선 3년 만에 리그 끝판왕이 된 NC표 발야구를 마지막까지 잘 이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이미 단점을 메우기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돌발변수만 나타나지 않으면 NC의 거침없는 질주는 후반기에도 이어질거라 기대한다. '타격은 슬럼프가 있어도 발은 슬럼프가 없다'라는 야구계 격언을 NC가 현실화 시켜주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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