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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제임스, 짧지만 강렬했던 ‘2분 37초’
뉴스| 2015-09-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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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날아오른 라샤드 제임스. 사진=KBL 제공.

동부의 ‘작은 거인’ 라샤드 제임스가 인상 깊은 데뷔 무대를 가졌다.

제임스는 지난 2일 열렸던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에서 한국무대 첫 선을 보였다. 제임스의 고무공 같은 탄력과 착지를 잊은 듯한 체공력, 그리고 폭발적인 돌파에 이은 덩크슛은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농구선수로는 작은 키(183cm)이지만 근육질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높이는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제임스는 많은 관심 속에서 KBL 공식 데뷔전을 기다려왔다.

12일 울산 모비스와 공식 개막전, 1쿼터 종료 2분 37초를 남겨두고 드디어 제임스가 코트에 밟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기엔 애매한 시간. 여기에 상황도 좋지 못했다. 당시 동부는 7점 차로 뒤지며 기선을 빼앗긴 상태였다. 동부로선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상황. 반대로 제임스에게는 부담이 될 법한 타이밍이었다. 시작부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제임스의 짧고 굵은 ‘쇼타임’이 시작됐다. 제임스는 투입과 동시에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송창용을 상대로 자유투를 얻어냈다.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영점 조절에 성공한 제임스는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곧바로 제임스는 김주성의 스크린을 활용해 3점슛을 꽂아 넣었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1쿼터 종료 3.4초 전, 하프라인을 넘어선 제임스는 유려한 스텝을 앞세워 송창용과 빅터를 순식간에 제쳤고,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동시에 비저가 울렸다. 이렇게 2분 37초 동안 홀로 동부의 공격을 책임졌다. 제임스의 활약에 힘입어 동부는 17-22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법과도 같은 2분 37초였다.

특유의 운동능력을 활용한 덩크슛도 어김없이 나왔다. 김주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제임스는 골밑을 헤집고 들어가 기어코 원핸드 덩크슛을 작렬시켰다. NBA 하부리그 덩크왕 출신다운 면모였다.

수비에서도 빛나는 플레이는 감출 수 없었다. 송창용이 골밑슛을 시도하기 전, 제임스는 먼저 날아올랐다. 속임 동작에 당한 것. 그러나 이를 체공력으로 극복했다. 제임스는 점프 이후 내려오는 동작 중 호쾌한 블록슛을 내려찍었다. 작은 거인임을 입증하는 대목이었다.

이런 제임스에게도 약점은 있다. 무리한 돌파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이날 제임스는 돌파 과정에서 오펜스 파울을 범하며 아쉬움을 샀다. 돌파를 자주 시도하는 만큼, 턴오버도 잦았다. 또한 제임스가 파고들 때 나머지 선수들이 한쪽에 몰리게 되면서 코트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는 팀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

김영만 동부 감독도 이를 잘 안다. 김 감독은 “제임스가 공격할 때 나머지 선수들이 몰려 있는 경향이 있다. 코트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인데, 선수들에게 계속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이런 상황이 덜 발생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임스가 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 있어서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칭찬했다.

함께 뛰었던 두경민도 거들었다. 두경민은 “시작이 불안했는데, 제임스가 들어오면서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신 외국인 선수라 공격에만 치중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타적인 플레이로 국내 선수들을 잘 살려준다. 단 시간에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는 선수다. 특히 정통 1번(포인트가드)이 없는 상황일 때, 팀에 플러스요인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며 제임스를 치켜세웠다.

이날 제임스는 10분32초를 뛰며 9점 2리바운드 2스틸 1블록슛이라는 리그 첫 성적표를 받았다. 뛰어난 수치는 아니지만 인상 깊은 데뷔전을 치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팀 적응이라는 남은 과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제임스가 제 기량을 살리면서 팀에 완벽히 녹아들 수 있을까. 자칫 볼거리만 제공하는 선수로 전락하진 않을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제임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헤럴드스포츠(울산)=정성운 기자 @tjddns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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