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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6) 부상에서 웨이버까지... 0할 타자의 ‘시즌 아웃’
뉴스| 2016-09-30 16:33

살다보면 정말 유독 안 맞는 사람도, 장소도 있기 마련이다. 나에겐 고덕스마트리그가 열린 고덕동 차량기지가 바로 그런 곳이다. 올 시즌 고덕동 차량기지와의 악연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깨 회전근 부상 복귀 후 첫 연습에서 다시 부상을 당했다. 불규칙 바운드로 튄 공에 맞아 턱이 찢어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 흉터가 옅어지기도 전에 다시 또 고덕에서 부상의 악령에게 발목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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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기 딱 좋았던 그날. 짜릿했던 승리의 기쁨은 부상의 악몽으로 얼룩졌다.


때는 팀 레이커스와 리그전이 열린 지난 8월 27일.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할 팀 동료의 캐치볼을 도와주다 낮은 공에 발목을 맞았다. 순간 ‘악’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언제나 그랬듯 단순 타박상이겠거니 하며 스프레이 정도만 뿌린 채 경기에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상과는 별개로 잊지 못할 경기였다. 강팀으로 분류되는 레이커스를 상대로 우리 팀은 경기 내내 리드를 유지하다 5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끝내기 실책으로 승리를 따냈다. 승리의 기쁨은 발목 통증을 잊을 만큼 달콤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발목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냉찜질로는 역부족이었다. 멍은 점점 부위가 넓어졌고, 발목을 비롯해 발까지 퉁퉁 부어 오른 탓에 또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오랜만이라며 너스레를 떨던 의사는 발목 상태를 확인한 뒤 근육이 파열됐다는 비보를 전했다. 근육이 찢어지며 피가 났기에 멍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나. 안에 고인 피를 뽑아내고, 주사 및 물리치료를 받았다. 상태가 빨리 호전되지 않아 결국은 깁스 신세를 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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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공 자국. 이렇게까지 자주 다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일까.


가벼운 운동을 다시 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최소 6주. 런닝하는 낙으로 살아온 나에게 6주간 뛸 수 없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발목은 훈련과 실전에서도 가장 흔하게 다칠 수 있는 부위인 만큼 근육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부상을 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완벽한 회복을 위해 야구로부터 멀어져야만 했다. 그래서 난 하는 수 없이 ‘웨이버’를 선택했다.

통상적으로 웨이버 공시라 함은 구단이 계약 기간 중에 그 선수와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때, 혹은 선수가 계약을 해지하기를 희망할 때, 그 선수를 다른 구단에 싼 이적료로 양도하겠다고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프로구단에서는 기량이 떨어지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선수를 방출하는 수단으로 웨이버를 이용한다. 최근 미완의 대기였던 김태완(전 한화)이 웨이버 공시 후 원하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아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 바 있다.

물론 사회인 야구에서는 구단과 선수가 계약관계로 묶여있지 않기 때문에 ‘웨이버’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연맹이나 리그에서 따로 규정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으나 우리 팀 규정상 웨이버는 퇴출을 위한 절차이기보다는 선수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채 얻는 휴식에 가깝다. 장고를 거듭한 끝에 지난 9월 8일 웨이버를 요청했다. 두 달간 재활 후 동계훈련 시작에 맞춰 다시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나의 2016 시즌은 3타수 무안타, 0할로 끝이 났다. 야구 참 어렵다. 그리고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참 존경스럽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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