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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 100억 상금의 미PGA CJ컵과 초라한 코리안투어
뉴스| 2016-10-2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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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열린 CJ 인비테이셔널에서 CJ그룹의 후원을 받는 김시우 선수가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CJ]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CJ그룹이 내년 10월 제주도에서 총상금 925만 달러(약 100억 원)를 걸고 PGA투어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CJ그룹은 PGA투어와 향후 10년간 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 측은 24일 CJ 인재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PGA투어를 대표해 제이 모나한 부 커미셔너가 참석한다.

‘CJ컵@나인브릿지’로 명명된 이 대회의 개최 비용은 연간 180억~2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10년간 개최 비용을 따진다면 2,000억 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국내에서 이처럼 매머드급 골프대회가 장기간 열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골프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작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은 2000만 달러(약 225억 원) 이상이 들었으나 일회성 행사였다.

‘CJ컵@나인브릿지’는 상금이 워낙 크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 열리는 CIMB클래식과 HSBC 챔피언스에 출전하는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HSBC 챔피언스가 열리는 상하이와 제주도는 전세기로 1시간 이내에 오갈 거리다. 그리고 컷오프가 없고 출전선수가 70여 명에 불과해 유명선수들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 CJ그룹으로선 그룹의 모토인 ‘Only One’을 충족시킬 수 있는 프리미엄 골프대회를 유치한 셈이다.

한국에서 PGA투어가 열리는 것은 골프발전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다. 남자 골퍼들에게 ‘빅리그’에 대한 꿈을 심어줄 수 있고 남자골프의 수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남자 주니어 골퍼들의 증가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지만 쇠락기에 접어든 KPGA 코리안투어 입장에선 상대적인 빈곤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양휘부 회장 취임 첫 해인 올해 KPGA 코리안투어는 13개 대회에, 전체 상금 규모는 95억 원에 불과하다. 100억 원이 걸린 CJ컵과 비교할 때 코리안투어는 초라하기만 하다. 또한 현재 협의중인 ‘CJ컵@나인브릿지’의 코리안투어 출전선수 쿼터는 3~4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해진다. 12명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과 비교할 때 CJ그룹의 교섭 능력에 아쉬움이 남는다.

CJ그룹이 PGA투어 경기 개최에 쓸 연간 180~200억 원이면 과거 국내 남자골프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SBS 코리안투어를 되살릴 거금이다. 당시 SBS는 연간 30억 원씩, 5년간 총 150억 원을 투입해 남자골프 활성화를 이뤄냈다. 김경태와 배상문, 강성훈, 김형성, 장익제, 홍순상 등 우수한 선수들이 SBS 코리안투어를 통해 이 시기 배출됐으며 해외무대에서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을 드높혔다.

CJ그룹이 스포츠마케팅을 위해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골프계로선 환영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심한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이왕이면 코리안투어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식품과 엔터테인먼트가 주력인 CJ그룹은 수출보다는 내수가 주력인 기업이다.

예를 들면 CJ그룹이 후원하는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CJ컵@나인브릿지’에 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CJ컵@나인브릿지’ 한 대회를 치를 예산 180억~200억 원은 규모 있는 코리안투어 대회 10여 개를 열 수 있는 거금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이나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하와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부여한다. 기아자동차도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는 한국여자오픈 우승자에겐 이듬해 LPGA투어 KIA 클래식 출전권을 준다. 내년 가을 남자 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현대자동차도 국내 대회 우승자에게 내년 2월 LA 인근 리비에라CC에서 열릴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을 줄 예정이다.

CJ그룹은 과거 최경주 프로와 함께 그룹 소유의 골프장에서 ‘CJ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한 바 있다. 또 국내 최초로 LPGA투어 경기인 CJ 나인브릿지클래식을 열기도 했다. 현재 안병훈과 김시우, 이경훈, 이동환, 백규정, 김민선5 등 해외와 국내무대에서 활약중인 남녀 골퍼들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CJ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골프 마케팅을 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참에 코리안투어의 구원투수로 나선다면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는 신(神)의 한 수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24일 기자회견장에 KPGA 양휘부 회장도 참석한다니 어떤 발표가 있을지 궁금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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