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박병두 기자] 결정적인 순간 염기훈의 왼발이 빛났다.

수원삼성(이하 수원)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 FC서울(이하 서울)에 2-1로 승리했다. 수원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서울에 승리를 거뒀다. 반면 서울은 1차전에서 패하며 FA컵 2연패에 제동이 걸렸다.

수원은 조나탄, 염기훈, 이상호를 공격진에 배치했다. 권창훈과 이종성이 중원을 책임졌고, 홍철과 장호익이 윙백으로 나섰다. 양상민, 이정수, 구자룡이 백스리를 구성했고, 양형모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서울은 데얀, 윤일록, 조찬호가 공격진으로 나섰다. 주세종, 이석현, 오스마르가 중원을 구성했고, 김치우, 김남춘, 곽태휘, 고광민이 수비진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유현 골키퍼가 꼈다.

전반부터 수원이 경기를 주도했다. 강력한 압박을 통해 서울의 빌드업을 차단했고, 중원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결국 전반 15분 수원이 먼저 기세를 올렸다. 염기훈의 코너킥을 이상호가 감각적인 헤더로 방향을 바꿨고, 노마크 찬스를 잡은 조나탄이 유현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넣으며 마무리했다.

리드를 잡은 수원은 이상호, 권창훈, 염기훈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서울을 더욱 압박했다. 수비에서도 양형모 골키퍼가 눈부신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서울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전반 31분 데얀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낸 것은 백미였다.

후반 들어 서울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4분 윤일록이 좋은 돌파 후 살짝 내준 것을 데얀이 마무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양상민의 몸에 맞고 튀어나왔고, 이 공을 주세종이 골대 구석으로 차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골로 인해 서울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서울의 반격은 염기훈에 의해 잠재워졌다. 후반 12분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유현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하고, 크로스를 올리는 척 하며 바로 슈팅을 시도했다. 허를 찔린 유현 골키퍼는 뒤늦게 몸을 날렸으나 슈팅이 워낙 날카로웠기 때문에 막아낼 수 없었다.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원더골’이었다.

수원은 리드를 지키기 위해, 서울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서울은 아드리아노를 투입하며 4-4-2로 전환했다. 어떻게든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수원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후반 40분 골문이 비어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아드리아노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동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1차전 승리를 거둔 수원은 2010년 이후 6년 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당시 우승을 거둘 때도 염기훈의 맹활약이 있었다. 기분 좋은 데자뷰를 느끼고 있는 수원의 최대의 적은 방심이다. 서울이 극적인 역전승에 능하기 때문에 2차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수원과 서울의 FA컵 결승 2차전은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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