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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의 골프 패션 다이어리] 2017년 골프웨어의 화두는 심플함 or 화려함?
뉴스| 2016-12-07 06:22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해도 저물어가는 12월이다. 골퍼들도 선뜻 필드를 나서기 머뭇거려지게 만드는 겨울. 어떤 이는 건강상 빠르게 접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뽕’을 뽑겠다며 필드 행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두의 공통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골프웨어도 마찬가지. 한 해의 막바지에 서서, 조금은 이른 감도 있지만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2017년 골프웨어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골프웨어 시장은 남달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골프산업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골프웨어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또 대체로 2017년에도 그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이 아웃도어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아웃도어 시장이 주춤해진 틈새로 골프웨어 쪽으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지속돼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성장을 견인하며 두각을 드러낸 것이 화려함을 무기로 내세운 P와 C브랜드다. 특히 P브랜드는 2011년 브랜드 론칭 이후 매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개성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젊은 골퍼들이 증가함에 따라서 이를 타깃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워 승부했다.

골프는 다른 격렬하게 움직이는 스포츠에 비해 비교적 점잖은 종목이라 디자인 역시 클래식하고 신사적으로 발전해왔다. 또 가격적인 진입장벽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년 이상의 골퍼가 많았다. 하지만 젊은 골퍼들의 증가는 이러한 클래식함 위주의 골프웨어에 의문부호를 던지게 만든다.

필자와 주변 지인 역시 프로에 입문하고 이런 클래식함을 탈피하고자 화려함에 집착했다. 당시엔 디자인이나 패턴의 화려함은 거의 보기 힘들었고 색상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게 전부였다. 한 지인은 새빨간 바지와 초록색 티로 코디해 ‘수박바’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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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P브랜드 아래는 T브랜드 제품. 오히려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P브랜드 제품에 40~50대의 골퍼가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시장조사 과정에서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표본이 작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P, C 브랜드 매장에 오히려 40-50대 여성들이 주로 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을 채택한 T브랜드 매장에 20-30대 젊은이들이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이미 40-50대의 중년골퍼에게도 화려하고 복잡한 디자인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젊은이라고 꼭 화려함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구력에 따라서 선호하는 스타일이 바뀐다. 막 입문한 골퍼는 아무래도 눈에 확 띄기보다는 무난한 스타일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차차 구력이 늘어나면서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갔다가 종래에는 다시 클래식한 스타일로 돌아온다. 아무래도 새로 입문하는 젊은 층이 증가함에 따라서 심플한 스타일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체형에 따라서도 구분이 된다. 한 디자이너의 조언에 따르면 화려한 컬러나 디자인으로 본인 체형의 단점을 가리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비해 살이 늘어난 중년층이 화려한 디자인을 입었을 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세대별 인식 변화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을 가장 큰 이유다. 중년층이 젊어 보이기 위해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제품을 입고 이에 익숙해진 것이다. 반대로 젊은이들은 이제는 화려한 감각의 제품들이 더 이상 개성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플한 디자인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2017년 국내 골프웨어의 방향은 화려함이 득세하던 판도에서 심플함이 살아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당분간은 연령대에 따른 소비패턴이 양극화 될 가능성이 높다. 화려한 패턴의 브랜드가 중년층에서 인기를 누리고 심플한 브랜드의 수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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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지영 프로는 KLPGA 1부투어 출신이며 현재는 골프웨어 브랜드 '휴스토니'의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패션과 골프의 접점에 서서 프로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골프패션에 대한 알토란 같은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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