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평창] ‘자살을 극복한 은메달' 닉 고에퍼 이야기
뉴스| 2018-02-20 05:12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양현우 기자] 훤칠한 키, 훈훈한 외모. 닉 고에퍼(23 미국)의 첫 인상은 제법 좋다. 하지만 백조가 헤엄치기 위해 물 밑에서 끊임없이 발을 구르는 것처럼 고에퍼도 뒷면에는 시련 극복이 있었다.

이미지중앙

자살을 극복한 메달리스트, 닉 고에퍼. [사진=닉 고에퍼 SNS]


고에퍼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대회는 2012 동계 X게임이었다. 고에퍼는 당당히 남자 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지는 2013, 2014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미국 프리스타일스키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고에퍼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그치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미국 포털사이트인 '야후'는 “고에퍼는 소치에서 메달을 딴 후 많은 명성과 부귀를 얻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고에퍼는 2015 X게임에서 다시 금메달을 땄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야후에 따르면 그는 소치 올림픽 이후 고에퍼는 세상의 이목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고 이는 음주와 우울증으로 이어져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평소 고에퍼는 밴쿠퍼 올림픽에서 미국의 스키영웅인 재럿 피터슨을 동경했다. 고에퍼는 “평소 나는 피터슨을 생각하며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고 희망을 얻었다”라고 언급할 만큼 피터슨을 존경했다. 하지만 피터슨이 차 안에서 권총 자살을 하자, 고에퍼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 마치 베르테르 효과처럼 말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평소 존경하는 인물이 자살하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이다. 메달을 많이 따도 피터슨이 사람들에게 잊힌 것처럼 고에퍼도 그렇게 될 생각에 두려워했다. 결국 고에퍼는 피터슨의 뒤를 쫓기로 다짐했다. 매번 술을 마셨고 우울증 증세도 나타났다.

피터슨처럼 차 안으로 들어가 자살 시도하던 중 고에퍼는 자기 주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겨냈다. 술에 매일 취해 있었지만 그는 평창올림픽으로 다시 돌아왔다. 고에퍼는 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고에퍼는 경기 후 “중요한 건 제가 지금 살아있고 모든 것을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좀 더 성숙해졌다”며 소감을 밝혔다. 자살의 위험을 벗어나게 해준 주변인에 대해 고마움도 드러냈다. “가족, 친구, 여자친구의 지원이 고맙다.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던 나를 살려줬다. 소치 이후엔 아무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 내가 하는 일(스키)을 사랑하기에 평생 주변 사람들과 함께 스키를 탈 것이다”고 말했다.

자살에서 은메달까지. 고에퍼의 평창 은메달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