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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이후 성숙해진 문도엽 "욱하는 성격 눌렀더니 우승이.."
뉴스| 2018-12-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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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6년차인 문도엽은 아담한 키에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선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첫승을 거두니 더 성숙해졌고, 한참 배운 것 같아요.” 구릿빛 얼굴에 반듯한 얼굴의 문도엽(28)은 가공하지 않은 원석 같은 선수다.

문도엽은 흠잡을 데 없는 스윙이라는 주변의 찬사를 받으면서도 경기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무너지던 기억을 올해는 말끔히 씻어냈다. 역사가 가장 오랜 제61회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올시즌 코리안투어에선 어느 해보다 첫승을 거둔 선수가 많았다. 17개 대회가 열렸는데 문도엽을 포함해 9명(전가람, 권성열, 최민철, 고석완, 김태우, 엄재웅, 박성국, 박효원)이 생애 첫승을 거두었다. 첫 승에 오르는 데는 저마다의 사연이 깊고 문도엽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2년 골프를 시작한 문도엽은 주니어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군 전역 후 2012년 응시한 퀄리파잉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2013년부터 1부 투어를 뛰면서 6년을 보냈다. 2014년과 2015년엔 2년 연속 저조한 성적으로 연말 퀄리파잉 테스트를 다녀왔으나 1부 리그를 지켰다.

문도엽은 해를 거듭할수록 서서히 올라갔다. 2016년엔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을 거두면서 생애 처음으로 시즌상금 1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는 톱10에 세 번이나 들었고 상금도 가장 많이 벌었다.

문도엽은 지난 7월 경남 양산의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선수권에서 첫날 7언더파로 선두에 올랐고 마지막날 한창원과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하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밖에 마지막 대회인 골프존-DYB교육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에 오른 것을 포함해 '톱5'에 4번이나 들면서 박상현, 이태희에 이어 상금 랭킹 3위(3억 6626만원)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달 코리안투어 시즌을 마친 뒤에도 문도엽은 쉬지 않고 있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BNI 인도네시안 마스터스까지 뛰며 성장을 꾀했다. 최근 시즌을 마무리한 그를 만나 골프 선수로서의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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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은 한창원과의 2차 연장홀 끝에 KPGA선수권에서 생애 첫승을 달성했다. [사진=KPGA]


- 올해 첫승을 얻은 소감은 어떤가?
우승이 좋다는 걸 실감했다. 또한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전에는 선두권에 있을 때 우승 욕심이 있었다. 그 욕심을 내려놓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내려놨더니 좋은 성과가 찾아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 한번 못하고 은퇴하는 사례도 많은 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에도 출전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 선수권 우승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면?
코스 세팅이 어렵지 않았다. 날씨가 좋지는 않았고 비가 와서 힘들게 플레이 했는데 다행히 1, 2라운드에 스코어를 줄여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까지 에이원 코스에서 시합할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었다.

- 기술적으로 우승에 이를 수 있었던 계기를 찾자면?
전보다 티샷이 좋아졌다. 정확성이 올해는 대체적으로 좋았다. 예전 종종 나오던 OB(Out of Bound) 횟수도 줄었다. 아마도 지난 겨울 전지훈련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드라이버 정확도 연습을 많이 했고, 숏게임 연습에 집중한 결과가 좋게 나왔다.

- 처음 출전한 PGA투어인 CJ컵에서 3,4라운드에 이틀 연속 4타씩 줄이면서 순위를 꽤 올렸는데 인상적인 경험이라면?
첫째날은 마지막 17, 18번 홀에서 타수를 까먹어 아쉬웠다. 둘째날은 퍼팅이 너무 안됐다. 초반에 안풀리다 보니 샷도 부진했다. 3라운드부터는 마음을 비웠더니 잘 되었던 것 같다. 선수중에는 이틀을 함께 친 루이 우스투이젠이 인상 깊었다. 위기가 왔을 때 대처를 잘 하더라. 더블보기나 보기를 할 만한 상황에서 파를 지켜냈다. 1번 홀에서 우스투이젠의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드롭을 했고 그린을 바로 노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무 밑으로 쳐서 홀 주변으로 공을 보내 파를 잡더라. 확실히 세계적인 선수라 그런지 여유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게 배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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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은 지난 7월 첫승으로 많이 성숙해졌다고 느낀다.


- PGA투어 전문가가 직접 코스 세팅을 했는데 국내 대회완 어떻게 달랐나?
코스 세팅과 잔디 품질이 다르고, 페어웨이에도 잔디가 짧고 딱딱했다. 대회장 밖에서도 국내와는 달랐다. 코스 안에 천연잔디 연습장을 마련해 연습하기 좋았다. 그것이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리라 본다.

- 올 시즌 골프로 얻은 것 중에 가장 큰 성과라면?
잘못된 상황에서 재빨리 분위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종전까지 한 홀에서 잘못하면 거기에 머물러 있곤 했는데 올해는 가끔 캐디와 경기 외적인 것을 얘기하면서 기분 전환을 했고 그게 도움이 됐다. 대회에 몰두하다보면 한 번 잘못하면 매몰되는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 전지 훈련은 어디로 가고 어떤 부분을 보완 연습할 계획인가?
하와이를 생각하고 있다. 더 CJ컵에서 느낀 건데 해외 투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단 비거리가 나와야 한다. 그런 만큼 드라이버 샷 비거리 15야드 정도 더 늘리는 게 목표다. 훈련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기술적인 보완을 해 스윙 스피드가 5마일만 빨라지면 그게 가능할 것 같다. 또한 나는 퍼팅이 장기라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엔 중거리 퍼트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미들 퍼트는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 라인을 잘 보더라도 공의 속도 조절이 민감하게 작용한다. 연습장에서는 공 세 개를 쳐서 모이게 한다. 템포를 맞추는 연습으로 좋다.

- 해외투어 진출은 어디를 계획하고 있나?
일본보다는 아시안투어를 생각하고 있다. 올해 상금랭킹 58위인만큼 아시안투어 시드를 유지할 수 있다. 태국 퀸스컵과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출전으로 올 시즌을 끝냈다. 아시안투어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태국오픈에서 톱10에 들었고 신한동해오픈에서 4위를 했다. 내년에는 아시안투어 경력이 나보다 오랜 친구 김기환 선수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훈련 성과가 좋으면 미국 투어로의 진출 기회도 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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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은 투어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사진=KPGA]


- 나이가 서른을 앞두고 있는데 결혼 계획은 없나, 어떤 이가 이상형인가?
주변에 결혼하는 선배도 많아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청순한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 한효주, 문채원같은 스타일이면 좋겠다. 하지만 곧 전지훈련이라 연애할 시간이 없다.

- 어떤 선수로 골프팬드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기복이 심하지 않고 항상 성적을 내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유러피언투어의 토미 플릿우드나 PGA투어의 잰더 셔필리처럼 부드러우면서 일관성이 있는 강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고보니 플릿우드나 서필리 역시 체구는 큰 편이 아니지만 강하면서 부드러운 골퍼들이다. 문도엽은 가끔씩 빛을 내지만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더욱 광채를 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원석 같은 선수다. 올해와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100일간의 전지훈련이 아마 보석이 되는 가공, 연마의 기간일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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