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UCL] 2년 연속 참사 맞은 발베르데의 ‘실리주의’
뉴스| 2019-05-08 15:19
이미지중앙

2년 연속 UCL에서 실패를 맛본 발베르데. [사진=바르셀로나]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노진규 기자]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극적인 명승부의 희생양이 됐다.

바르셀로나가 8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8-2019 UEFA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0-4 충격패를 당했다. 1차전에서 만든 3-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책임의 화살은 발베르데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 2017년 부임 이후 리그와 컵대회 트로피는 착실히 챙긴 발베르데 감독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연달아 UCL에서의 실패를 겪으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실리주의자’ 발베르데

발베르데의 철학을 한 단어로 설명하면 ‘실리주의’다. 아틀레틱 빌바오를 이끌던 시절부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낼 줄 아는 감독이었다. 아름다운 축구를 포기하고서라도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2017년 바르셀로나로 건너왔을 당시에도 의문부호가 따라 다닌 게 사실이다. 요한 크루이프의 철학을 바탕으로 펩 과르디올라가 꽃을 피운 바르셀로나의 축구철학, 즉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압박과 볼점유를 중요시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 발베르데의 축구였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로 온 발베르데는 4-4-2 포메이션을 선호했고, 피지컬을 앞세운 선수들도 곳곳에 배치했다. 볼점유에 집착하기보다 때론 과감하게 긴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풀어나가면서 실리적인 운영을 펼쳤다.

때문에 이번 안필드 참사는 더욱 충격적이다. 발베르데의 실리적인 운영이 유럽 무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팬들이 분노하는 부분은 지난 시즌 UCL 8강에서 만난 AS로마를 상대로도 똑같은 아픔을 겪었다는 점이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4-1 승리를 거두고도 2차전 원정에서 0-3 패배를 당하며 탈락했다.
이미지중앙

골을 넣고 환호하는 바이날둠(좌)과 아놀드(우). [사진=UEFA]


‘승부사’ 앞에서 작아진 ‘실리주의자’

발베르데는 원정길을 떠나면 보통 안정적인 전술로 상대를 통제하려고 한다. 특히 1, 2차전을 합산해 결과를 내는 토너먼트 대회라면 더욱 그렇다. 1차전에서 리드를 잡을 경우 2차전을 무리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는 걸 다르게 표현하면 색깔이 애매모호하다. 완전히 수비적으로 내려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바르셀로나가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이끌지도 못했다. 결국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 로마와 리버풀에게 역으로 당했다. 이도저도 아닌 전술로 결정적인 상황에서 무너진 것이다.

클롭 감독이 주포 살라와 피르미누가 빠진 상황에서도 오리기와 샤키리를 출전시키며 극단적인 공격으로 ‘승부사’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과는 대조된다. 지난해 로마의 디프란체스코 역시 극단적인 공격형 백쓰리 전술을 들고 나오며 바르셀로나를 무너트렸다.

발베르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패배의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 발베르데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다. 리그우승을 이미 확정 지었고, UCL 결승진출도 유력했던 상황에서 계약 연장설도 나왔었지만, 이번 패배를 계기로 사실상 바르셀로나와의 결별이 유력해졌다. 현역 최고의 선수 메시를 보유하고도 계약기간 동안 UCL 결승 문턱을 밟아보지 못한 점은 지울 수 없는 발베르데의 커리어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sport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