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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여행] 모리셔스의 정원 일로세르
뉴스| 2019-12-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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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셔스의 일로세르는 섬 안에 18홀 코스만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지난주 아프리카 남부의 섬 휴양지 모리셔스에서 유러피언투어이자 아시안투어인 아프라시아뱅크모리셔스오픈이 열렸다. 덴마크의 일란성 쌍둥이 중에 형인 라스무스 호이가드가 18세271일이라는 역대 유러피언투어의 세 번째 어린 나이로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21세기에 태어난 호이가드는 프로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이 곳을 아마 평생 못 잊을 것이다.

모리셔스는 원래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었다. 그러다 아랍인들에 의해 존재가 알려지면서 16세기 초 포르투갈 항해가들이 이 섬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이 섬을 통치하며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아프리카, 인도, 중국인들이 유입된 것이 오늘날 인구 백만의 모리셔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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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세르 섬의 선착장.


크기로는 제주도만 한 이 섬에는 10여개의 골프 코스가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대표적인 코스로는 남아공의 어니 엘스가 설계한 포시즌즈 아나히타나 유럽인들의 프로암 대회가 자주 열리는 벨 마레 플라즈 36홀 또는 정통 토너먼트 코스 헤리티지 골프클럽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모리셔스 골프를 세계에 알린 공은 어쩌면 일로세르(Ile Aux Cerfs)골프클럽에게 돌아가야 할 지 모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일로세르 골프장의 사진은 하얀 백사장과 연푸른 바다로 모리셔스 골프의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섬 전체가 코스인 이 곳에 가기 위해서는 클럽이 제공한 보트를 타고 10여분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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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 3번 홀.


2003년에 개장한 18홀의 코스는 모리셔스 최대의 석호인 트루도두스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일로세르라는 이름의 작은 섬에 자리잡고 있다. 일로 세르는 사슴 섬이란 뜻이다. 섬을 휘감고 돌아가는 18개 홀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이곳은 예전에 모리셔스에서 재배한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드는 곳이었다고 한다.

설계는 마스터스 대회를 두 번이나 우승한 독일 골퍼 베른하르트 랑거가 맡았다. 랑거는 화산암으로 형성된 섬 지형에 자연 습지와 연못을 적절히 배치해 전략적이고 흥미로운 레이아웃의 코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 섬 특유의 나무와 자연스러운 기복의 지형이 코스의 난이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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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군을 두 번 넘겨야 하는 파4 5번 홀.


연못과 습지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작은 섬에 18홀을 배치하다 보니 1, 3, 5, 10번 홀처럼 물을 넘기거나 도그레그인 홀들이 많다. 6, 7, 11번 홀처럼 하얀 모래가 깔린 열대 해변을 끼고 페어웨이가 이어지는 멋진 홀도 여럿이다.

코스는 핸디캡 2번에 전장 389야드로 화산암이 주위를 둘러싼 연못을 넘기는 위협적인 첫 홀로 시작된다. ‘아일랜드’라는 홀 이름이 붙은 파3 3번 홀에서는 커다란 연못과 벙커에 둘러싸인 채 수직으로 쌓은 바위 축대 위에 놓인 작은 아일랜드성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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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4 6번 홀 옆으로 흐르는 해변.


‘수영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파5 5번 홀은 티샷과 어프로치 샷을 수풀이 우거진 커다란 연못을 넘겨야 하는 홀이고, 파4 6번 홀은 ‘비치’라는 홀 이름이 말해 주듯 열대 숲 너머 연한 하늘빛 해변을 따라 크게 휘어가는 페어웨이를 따라가는 홀이다.

오른쪽에 연못이 놓인 전형적인 우도그렉 홀인 파5 9번 홀에서는 워터해저드 너머로 투온을 노려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자제하는 편이 좋다. 그린이 포대그린이어서 상당히 어려운 어프로치 샷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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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야드 파5 9번 홀.


후반 9홀에서는 바다 전망이 좋은 홀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해변을 따라 오른쪽으로 굽은 페어웨이를 따라가는 파5 11번 홀에서는 그린 뒤 멀리 모리셔스 섬의 고봉(高峰)들이 펼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왼쪽으로 휜 457야드 파4 12번 홀에서도 멀리 고산을 바라보며 멋진 세컨드 샷을 해야 한다. 두 홀 모두 그린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일로세르에서 가장 어려운 홀은 마지막까지 감춰져 있다. 핸디캡 1번인 파4 18번 홀에서는 커다란 벙커 두 개가 파인 페어웨이로 연못을 넘기는 티샷을 한 다음, 다시 습지에 둘러싸인 작은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 샷을 해야 한다. 열대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는 작은 클럽하우스 앞 그린에서의 마무리 퍼트는 멋진 마무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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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홀 옆의 바다.


모리셔스는 우리나라에서 가기에 비용도 많이 들고 비행시간도 많이 걸려 방문하기가 만만치 않다. 수도 포트 루이스로는 직항편이 없어 흔히 아부다비나 두바이를 경유해서 가야 한다. 열대 낙원의 아름다운 골프 코스를 꿈꾼다면 한 번쯤 큰맘 먹고 가 볼만 한 곳이라 하겠다.

이곳에서 매년 12월이면 유러피언투어 아프라시아뱅크 모리셔스오픈이 열린다. 모리셔스 남서 해안의 약간 내륙에 위치한 헤리티지 골프 클럽은 남아프리카 출신 피터 매트코비치가 설계해 2004년에 개장한 코스다. 고저 변화가 크면서 넓은 페어웨이에 흥미로운 그린 배치가 특징인 코스로 어프로치 샷에 상당한 정확성이 요구된다. 한국 선수 왕정훈이 지난 2016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그 역시도 모리셔스를 평생 못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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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넘겨 공략하는 파4 18번 홀 그린 전경.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이 내용은 필자의 유튜브 채널 ‘세계100대 골프여행(top100 golf travel)’에서 동영상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전 세계 5대륙 900여 곳의 명문 코스들을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국내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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